1. 서론
달은 오랜 시간 지구와 함께 하는 위성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가지고 역사를 탐구하는 인류에게는 달은 매력적인 천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지구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지질학적 관점에서 봐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물과 대기의 순환, 생명체의 활동으로 인한 풍화작용 때문에 과거의 지질생물학적 정보가 변질되지 않고 유지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에, 달에는 지구와 같은 물과 대기의 순환도 없고, 생명체의 활동도 없기 때문에 과거 지질학적 사건들의 정보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이런 연유로 지구의 과거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달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지질학적 역사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은 층서를 관측하는 것이다. 17세기에 니코라우스 스테노(Nicolaus Steno)가 제안한 지층 누증의 법칙(principle of superposition)에 따라 ‘변형이 되지 않는 지층들에서 하부 지층이 상부 지층보다 오래되었다’는 원리는 달의 층서 관측을 통한 지질학적 사건을 탐구하고 분석하는 데도 유용하다. 기본적으로 층서를 통한 연대 측정은 상대적 연대에 제한되지만, 해당 층서의 시료 분석을 이용한 연대 측정으로 절대적 연대 또한 알아낼 수 있다. 지구에서는 지각활동으로 생성되는 단층을 분석하거나 코어를 시추해서 분석 혹은 지표 투과 레이다 등을 사용하여 층서를 관측한다. 2019년 1월 3일, 세계 최초로 달 뒷면의 폰 칼만(Von Kármán) 충돌구에 착륙한 중국의 Chang’E-4 탐사선은 싣고 간 달탐사 로버에 지표 투과 레이더(Lunar Penetrating Radar) 장비를 탑재하여 평균 30 m 깊이의 표면 탐사를 시도한 바 있다[1].
달을 탐사하는 방법으로 현재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원격 탐사와 현장 탐사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원격 탐사는 현재 태양계 천체들을 탐사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궤도선을 이용하는 것으로 자전하고 있는 관측 대상 주위를 공전하면서 관측한다. 관측 대상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두고 관측하기 때문에 대상의 전체 모습이나 넓은 지역을 쉽게 관측할 수 있으나, 관측 대상의 자전으로 인해 궤도선이 특정한 지역을 장기간 연속적으로 관측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원격 탐사는 주로 넓은 영역에서의 지형, 고도, 화학 성분, 자기장과 같은 물리적 특성에 대한 분포 정보를 제공하는 지도 제작(mapping)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궤도선의 물리적 제약과 탑재체 성능의 한계로 인해 대부분 달 표면만 관측할 수 있고, 달 표면 아래를 관측하는 것은 깊이와 공간 해상도 등의 한계가 있다. 그래서 달 표면 아래 심층부의 의미있는 과학적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내부의 물질이 표면으로 노출되어 있는 충돌구와 용암류나 용암 돔과 같은 화산활동이 있던 지역을 관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9년에 발사되어 현재도 운영 중인 미국의 달 탐사선 Lunar Reconnaissance Orbiter(LRO)가 있고, 2022년 계획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달 탐사선 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KPLO)가 있다.
현장 탐사는 달표면에 직접 착륙하여 관심지역을 관측하는 것으로, 원격 탐사에서 제약이 되는 관측조건이나 자료 해상도 등의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관측 자료의 질이 높다. 하지만 원격 탐사와 달리 특정 지역에 한해서만 탐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탐사 구역 선정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하며, 임무 지역 외의 다른 관심 지역을 탐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사람이 직접 가서 탐사하는 유인 탐사로 미국의 Apollo 계획 이후 인류가 직접 태양계 다른 천체로 가는 일이 없었으나, 미국의 ARTEMIS 계획이 수립되면서 2024년 이후 유인 달 탐사가 다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인 탐사는 준비하는 데 많은 자원이 소모되므로 대부분의 현장 탐사는 무인 착륙선과 로버를 이용하며, Surveyor 임무 이후로는 달 착륙 임무가 없다가 최근에 들어서 중국의 Chang’E 시리즈가 달 착륙 임무를 이어 가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의 운영이지만 지구에서 수행하는 대부분의 탐사 방법을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한정된 지역만 탐사할 수 있으나, 여러 대의 탐사선을 보내서 해결할 수 있다. 최근 사례로는 달에 착륙한 중국의 Chang’E-4와 화성에 착륙한 미국의 Mars2020 Perseverance가 있으며, 우리나라도 2030년 달 착륙 임무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자그룹은 로봇을 제작하는 기업인 Boston Dynamics를 인수하였는데, 이 기업에서 만든 로봇으로 4족 보행 로봇 ‘Spot’이 있다.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JPL)에서는 이 ‘Spot’을 개조하여 화성 동굴 탐사를 목적으로 하는 Nebula Spot(Fig. 1)을 개발하고 있다[2,3]. 이 4족 보행 로봇은 개의 형태를 가지고 움직이며, 험난한 지형을 바퀴로 움직이는 로버보다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기업들 간의 인수 결과 덕분에 우리나라도 멀게만 느껴졌던 4족 보행 로봇을 사용한 우주 탐사의 기회가 가능해졌다. 2021년 3월 ‘대한민국 우주전략 보고회’에서 2030년까지 달 착륙 임무 수행에 대한 언급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달 착륙 임무에 4족 보행 로봇을 채택하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바퀴로 움직이는 로버는 주로 평탄한 지형에서 장애물이 있으면 피해가는 운영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경사진 험난한 지형의 탐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에 4족 보행 로봇은 지형적 악조건에서 로버보다 월등한 기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달의 극한 환경적, 지형적 조건에서 바퀴를 이용한 로버보다 원활한 운영을 기대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향후 계획될 우주탐사 임무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
달 탐사에서 4족 보행 로봇을 활용하는 것은 행성과학 및 우주탐사 종사자들의 많은 관심과 대화가 필요하며, 하나의 임무 예시로 달에 있는 거대한 단층인 Rupes Recta의 층서를 탐사하기 위해 4족 보행 로봇으로 경사면을 오르며 관측하는 임무를 제안한다.
2. 단층면 탐사
구름의 바다(Mare Nubium) 동쪽 21.8°S, 7.7°W에 있는 거대 단층으로 Rupes Recta는 라틴어로 ‘긴 절벽’을 의미한다. 이름처럼 겉보기에는 절벽처럼 보이며, 북북서 – 남남동 방향으로 약 120 km 길이, 폭 1 km 내외의 형태로 뻗어 있으며. 경사는 약 10° – 30°로 절벽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정단층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단층 상부와 하부 고도 차이는 약 300 – 400 m, 단층면의 폭은 약 1.2 km이다(Fig. 2).
경사가 최대 30° 안팎으로 1 km 정도의 넓은 단층면이 궤도선으로도 관측 가능할 정도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층서 관측이 가능하며, 현장 탐사 임무로 관측을 수행한다면 더욱 자세한 층서 정보를 알아내어 단층의 생성 시기와 층서들의 연대도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깎아지르는 절벽이 아닌 완만한 경사의 단층이기 때문에 로봇을 이용한 탐사를 고려할 수 있다. 달은 순환할 물과 공기가 없어서 풍화 침식이 없기 때문에 표면을 고운 표토가 덮고 있다. 지구에서도 고운 모래가 많은 경사진 길을 자동차가 주행할 때 바퀴가 헛돌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달에서도 이런 지형을 바퀴 달린 로버로 이동하게 되면 파묻히게 되는 등 로버의 작동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최대 경사가 30°에 육박하는데, 이 각도를 우리나라 도로에서 사용하는 경사도로 표현하면 약 60%에 해당하므로 바퀴를 이용한 로버 입장에서는 상당한 급경사이기 때문에 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런 곳에서 다리로 움직이는 로봇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Rupes Recta는 매우 긴 지형이라 한정된 자원으로 전체를 탐사할 수 없으므로 효율적인 탐사를 위해 탐사 경로를 계획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로를 설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층서가 확실히 나타나는지, 로봇의 이동에 방해가 될 정도로 경사가 높지 않은지, 지형의 거친 정도인 석리가 적당한지, 돌 무더기와 같은 장애물들이 없는지의 여부를 들 수 있다.
층서가 단층 전체가 아닌 부분적으로만 관측되기 때문에 단층 내에서 층서가 확실히 나타나는 지점으로 경로를 지정해야 한다. 층서가 나타나는 곳은 구성 광물의 차이도 있기 때문에 궤도선이 사전에 관측한 분광 자료들을 참고한다. Rupes Recta에서 층서가 관측되는 곳은 크게 3개 구역으로 위도에 따라 상, 중, 하로 나누면 중에 해당하는 구역의 층서가 명확하게 나타난다.
층서가 관측되는 지역들은 단층 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사가 큰 지점으로 단층내 최대 경사인 30°에 육박한다. 4족 보행 로봇이 고운 표토가 덮고 있는 급경사를 충분히 올라갈 수 있더라도 임무 운영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그 중에서도 경사가 낮은 곳을 선정해야 한다. 경사도는 궤도선이 관측한 고도 자료로부터 만들어낸 경사도 자료를 참고한다.
로봇이 경사면을 올라가는 경로에 노두가 튀어나오는 등의 거친 석리를 조우하게 되면 임무 운영 난이도가 올라갈 수 있으므로 석리가 로봇 운용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곳을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적당한 거친 석리는 로봇이 움직일 때 마찰력에서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거친 정도가 너무 낮은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석리의 거친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해상도 광학 사진을 참고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경사가 있는 지형 아래에는 굴러 떨어진 돌들이 있기 마련이다. 달에서도 마찬가지로 돌 무더기들이 경사면 아래에 존재하는데, 로봇이 처음 경사면을 올라가기 시작할 때, 이동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돌과 같은 장애물이 적은 구역을 경로로 선정해야 하며, 장애물 분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고해상도 광학 사진을 참고한다.
실제 임무가 계획되면 그에 맞춰 루트가 설계되어야 하지만, 여기서 대략적인 탐사 루트 선정 조건의 예시를 들어보도록 한다.
먼저 층서가 잘 드러나는 곳을 선정해야 한다. Fig. 3a는 LRO의 Lunar Orbiter Laser Altimeter (LOLA)와 Selenological and Engineering Explorer(SELENE)의 Terrain Camera(TC)를 병합한 3차원 고도 자료(SLDEM)이고[4], Fig. 3b는 3차원 고도 자료에 SELENE Multiband Imager(MI)의 감람석 지도를 표시한 것이다[5]. Rupes Recta의 지형이 표현되어 있는데, 특정 부분에서 감람석의 신호가 강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지역들에서 층서가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으며, 탐사 루트로 선정해야 할 곳이다. Fig. 3c는 3차원 고도 자료에 경사도 지도를 표시한 것이다. 경사도는 SLDEM의 기울기를 계산하여 얻을 수 있다. 층서가 보이는 지역은 경 사도가 대체로 높은 곳들인데, 이 중에서 과도하게 높아 보이는 곳들은 피해야 한다.
Fig. 4는 Fig. 3b와 3c에 표시한 붉은색 동그라미 중 중앙 부분만 좀 더 자세하게 나타낸 것이다. Fig. 4a는 고도를 나타낸 것으로 단층면 아래쪽에 충돌구들이 여러 개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경로를 선정할 때 이 충돌구 지역들을 제외해야 한다. Fig. 4b는 SELENE MI 감람석 자료이며, 단층면 위쪽과 아래쪽의 감람석 함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아 층서가 확실히 관측될 것으로 보인다. Fig. 4c는 경사도 자료로 경사면에 충돌구가 겹쳐져 있는 곳을 제외하고, 그 외에도 경사가 큰 부분이 몇 곳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을 경로 선정에서 제외해야 한다. Fig. 4d는 LRO의 Lunar Reconnaissance Orbiter Camera(LROC) 고해상도 카메라인 Narrow Angle Camera(NAC) 영상으로 석리가 거친 정도와 장애물 존재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고해상도 영상을 더 자세히 나타낸 Fig. 5를 보면 석리의 거친 정도와 장애물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층이 무너져 내리면서 쌓인 물질들이 물결 같은 무늬를 가진 석리(Fig. 5의 붉은 동그라미)를 만들어내는데, 매우 거칠지 않다면 로봇이 이동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단층면과 유사한 지구의 지형이나 실험실에서 지형을 모사하여 시험할 필요가 있다. 장애물은 태양빛의 입사각과 궤도선이 촬영하는 방출각의 조건만 맞으면 광학 영상에서 주변 지형과 장애물의 밝기 대비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특징을 가지고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Fig. 5의 노란색 화살표), 경로 선정에서 밝기 대비가 큰 구역은 제외해야 한다.
3. 탑재체
로봇의 과학 임무 탑재체는 단지 임무 플랫폼이 로버에서 로봇으로 바뀌는 것이므로 로버를 이용한 과학 임무 탑재체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로봇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장비 이외에 기존에 사용되는 탑재채를 그대로 차용할 수 있다. 먼저 참고할 수 있는 것은 화성 탐사 로버들이다. Mars Science Laboratory(MSL; Curiosity)이나 Mars2020 임무의 Perseverance 같은 로버들은 행성 탐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탑재체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중에서 달 탐사에 필요한 탑재체들을 추려내는 것이다. 그런 탑재체로는 광학 카메라와 분광기, 시료 채취를 위한 드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탑재체들은 화성 탐사 로버에 장착되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므로 달에서도 충분히 운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탐사에 가장 기본적인 탑재체로 광학적으로 층서가 관측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층서가 있다면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두께인지, 층서간의 색상 차이와 질감 차이가 있는지 등의 요소들을 알 수 있다. 또한 두 대의 카메라를 사용하면 스테레오 영상으로 촬영하여 입체감 있는 단층면의 3차원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활용 예시로는 화성 탐사 임무인 MSL의 Mastcam 탑재체와 Perseverance의 Mastcam-Z 탑재체가 있으며, Fig. 6에 예시 사진을 나타내었다. 이 탑재체들도 주요 목표가 지형 및 층서, 석리, 광물 결정과 같은 지질학적 특성을 관측하는 것이다.
층서간에 광물적, 화학적 특성을 알기 위해서 분광기가 필요하다. 행성탐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파장 대역은 감마선, X선, 가시광선, 적외선으로, 광물과 같은 구성 물질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층서의 형태를 파악하고 난 후에는 구성 성분이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구성 성분을 토대로 과거에 어떤 지질학적 사건들이 있었으며, 층서에 따라 이 사건들을 나열하면 지질학적 역사를 유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자원 활용의 측면에서도 특정 지층의 구성 성분이 자원의 가치가 있다면 향후 자원 채굴에 대비하여 채굴 지점 후보로 고려할 수 있다. 기존 로버 임무에서의 활용 예시로는 MSL의 Chemistry and Camera complex(ChemCam; Fig. 7) Chemistry & Mineralogy(CheMin), Alpha Particle X-ray Spectrometer(APXS)과 Perseverance의 SuperCam, Planetary Instrument for X-Ray Lithochemistry(PIXL)이 있다.
달은 대기가 없고 자기장도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 태양풍 입자들이 표면과 충돌하는 우주 풍화가 발생한다. 우주 풍화는 시간에 따라서 달 표면의 광물 특성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태양풍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광물의 특성을 관측하려면 표면 아래에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6]. 일반적으로 우주 풍화는 표면의 매우 얇은 두께에서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작은 드릴로도 충분히 표면 아래의 순수한 광물의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달 표면에서 시간에 따라 우주 풍화가 일어나는 정도를 성숙도(maturity)라 하는데, 상대적인 연대를 추정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7]. 표면 아래의 우주 풍화를 받지 않은 광물 특성과 표면에서 우주 풍화를 받은 광물의 특성을 비교하여 단층의 상대적인 나이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MSL에 탑재되어 있는 드릴이 화성 표면의 암석에 구멍을 뚫은 것으로 Fig. 8에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4. 결론
과거 Apollo나 Surveyor 착륙 임무 이후로 달 탐사의 대부분의 임무는 궤도선이며, 최근에 중국의 Chang’E가 착륙하면서 착륙 미션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첫 번째 달 탐사 임무인 KPLO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나면 2030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두 번째 달 탐사로 달 착륙 임무에 대한 기대도 커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루어진 착륙 및 로버 임무들은 평탄한 지형을 대상으로 한정되어 있었는데, 본 연구에서는 단층면과 같은 경사진 지형을 탐사하는 임무를 제안한다. 바퀴로 움직이는 로버는 경사면과 같은 험난한 지형을 탐사할 수 없기 때문에 지형에 관계 없이 기동력이 우수한 4족 보행 로봇을 운영하여 단층면의 층서를 관측해서 해당지역의 과거 지질학적 역사를 알아내는 임무이다. 탐사 대상은 Rupes Recta라 불리는 길이 100 km에 육박하는 매우 긴 단층면으로 10° – 30° 경사를 가지고 있다. 모든 단층면을 탐사하기에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최적의 루트를 설계해야 한다. 로봇 운영 측면에서는 경사와 기복, 장애물들이 없는 안전한 지형을 선정하고, 과학 임무 측면에서는 층서가 확실히 보이는 지점을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는 기존의 달 탐사 자료를 활용하여 결과를 도출한다. 과학 탑재체로는 기존의 화성 탐사 로버들이 사용하는 것을 참고하여 달 탐사에 적합한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단층면의 모습을 관측하고 있는 광학 카메라와 구성 성분을 확인하는 분광기,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은 표면 아래의 물질을 확인하기 위한 드릴 등을 제시한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ARTEMIS 계획의 참여가 본격화되면 달 착륙 우주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지형에 우주인을 대신하여 탐사를 하거나 기본적인 탐사임무를 보조해주고 달 기지에서 순찰임무를 담당하는 일에도 4족 보행로봇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