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지구 전리권은 태양복사선에 의해 지구 대기가 이온화한 지역으로 전자가 밀집해 있어 전파를 사용한 통신과 위성항법시스템 등 성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리권의 변화를 감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리권은 이온존데, 레이다와 같은 지상 관측기와 위성에 설치한 전자밀도 측정기 등을 통해 변화 정보를 얻을 수 있다[1,2]. 그러나, 이들 관측시스템은 관측지점과 관측 시간이 제한적이라 전 지구 상시 관측을 위해서는 다른 관측 방법이 필요하다.
전 지구 위성항법시스템(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GNSS)은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GNSS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수신해 사용자의 위치와 시각정보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GNSS 신호는 사용자가 수신하기 전 다양한 이유로 지연을 겪는데 전리권에 의한 지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를 거꾸로 계산해 전리권의 전자밀도(total electron content, TEC)를 추정할 수 있다[3]. GNSS는 상대적으로 구축 비용이 저렴하고, 24시간 관측할 수 있으며, 지상에 광범위하게 설치되어 있어 전 지구 또는 지역 전리권 감시에 가장 효율적인 관측시스템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도 GNSS 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전리권 전자밀도 정보를 산출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GNSS 관측소 또한 대부분 육지에 위치해 지구 표면의 약 71%를 차지하는 바다에서는 관측 정보가 부족하다. 지구 전리권은 하나로 연결된 시스템이므로 변화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다 관측이 필수이다. 전 지구 전리권 변화를 보기 위해 GIM(Global Ionospheric Maps)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것은 GNSS 국제기구인 IGS(International GNSS Service) 분석센터에서 200여 개 이상의 GNSS 관측소 자료를 사용해 위도 2.5°, 경도 5° 격자별로 생성한 TEC 정보이다[4–6]. GIM 역시 대부분 육지에 있는 관측소 자료를 사용하므로 바다에서 정밀도가 떨어진다[7].
Fig. 1은 해상을 운항하는 선박들의 개별 위치(left)와 1년 동안 운항 빈도(right)를 나타낸 그림이다. 운항 빈도가 높을수록 짙은 붉은색이다. 국제해사기구에 의하면, 세계 무역의 80% 이상이 해상운송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만큼 다양하고 많은 선박이 운항 중이다[8]. 이들 선박의 다수는 대기와 해양의 물리적, 생물학적, 지구화학적 특성을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9]. 예를 들어 화물선, 여객선, 어선, 연구선, 군함은 위치정보뿐만 아니라 대기의 온도, 압력, 풍향, 풍속, 수온, 염도, 무기탄소 등의 정보를 측정하여 제공한다. 특히, 연구 목적의 선박인 연구선은 여러 계측기를 장착하여 대기, 해양 및 해저에 대한 광범위한 요소들을 관측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이들 선박은 위치 추적을 위해 선박 자동식별 장치(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AIS)와 GNSS를 부착하고 있다. AIS는 선박의 이름, 유형, 치수, 식별번호를 나타내는 정적정보, 선박의 좌표, 속도, 항로를 나타내는 동적정보, 그리고 선박의 목적지, 화물정보 등을 나타내는 항해정보를 제공한다. GNSS 수신기는 GNSS 신호로부터 선박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리권, 대류권 등 지구 대기 정보 역시 산출할 수 있다. 따라서 운항 중인 선박에 설치한 GNSS 수신기 자료를 사용해 TEC 정보를 산출한다면 바다에서 전리권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연구실험선인 이사부호에 이중주파수 GNSS 관측시스템을 설치해 자료를 수집하고, 전리권 전자밀도를 산출한 결과를 기술한다. 2장에서는 연구에 사용한 선박과 연간 해상 활동을 소개하고, GNSS 관측시스템 설치 과정에 관해 서술한다. 3장에서는 이 연구에서 사용한 선박 GNSS 자료의 수집기간과 대상 지역에 관해 기술하고, TEC 산출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4장에서는 선박 GNSS TEC 변화패턴을 분석하고 육지 GNSS 자료를 이용하여 산출한 TEC과 비교한다. 5장에서는 결론을 제시하였다.
2. 선박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관측 시스템 구축
이 연구에서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운영 중인 연구실험선 이사부호(ISABU)를 사용하였다(Fig. 2). 2016년 11월에 취항한 이사부호는 전장이 99.8 m이고, 선폭이 18.0 m이며, 국제총톤수가 5,894톤인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과학 연구선으로 해양, 대기 및 해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선박은 순항 시 12노트(약 22.2 km/h)로 움직이고, 최대 15노트(약 27.8 km/h)의 속도로 이동한다[11].
이사부호는 전 지구 해양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다. 2023년의 경우, 이사부호는 1년 중 284일을 바다에서 활동하였다. 주로 상반기에는 인도양에서, 하반기에는 태평양 지역에서 운항하였고, 북위 40도–남위 25도 사이, 동경 55–150도 사이의 활동무대를 가졌다. 구체적인 활동사례를 보면, 북서태평양 슈퍼태풍 발생 메커니즘 연구, 지역해 및 대양에서의 에어로졸 해양-대기 상호작용 연구, 인도양 중앙해령대 심해열수공 생명시스템 연구, 인도양 국제협력 공동관측 및 연구사업 등이 있다[11].
이사부호에는 중앙 마스트에 항법용 위성항법장치가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다. 이 장치는 선박의 항행을 위한 용도로 약 1 m 수준의 위치 정확도를 가진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위치정보와 대기에 의한 지연오차를 추정하기 위해 별도의 GNSS 관측시스템을 설치하였다. 설치한 GNSS 관측시스템은 GNSS 수신기, 안테나, 그리고 케이블로 구성한다. GNSS 안테나는 Septentrio사(Leuven, Belgium)의 PolaNt-x MF 모델로, 측지, 측량 및 기계제어 응용을 위한 경량형 모델로써, 저잡음 증폭기를 통합하여 미국의 GPS, 러시아의 GLONASS, 유럽연합의 Galileo, 중국의 BeiDou 등 여러 위성항법시스템의 신호 수집이 가능하다. 케이블은 TNC to TNC 타입의 15 m 길이로 안테나와 수신기를 연결한다. 그리고 GNSS 수신기는 Septentrio사의 PolaRx5를 사용하였다. 이 수신기는 GPS, GLONASS, Galileo, BeiDou, 일본의 QZSS 등의 다중 위성항법 신호를 수신하며, 전파신호의 간섭, 다중경로 및 기타 여러 환경의 영향을 지속해서 감시하여 수신 신호를 보호한다. 그리고 전력 소비량이 낮아 선박과 같이 자율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플랫폼에 적합하다.
GNSS 관측시스템은 이사부호의 뱃머리 부분에 설치하였다(Fig. 3a).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뱃머리에는 중앙 돛대와 달리 선박 운항에 필요한 장비들이 거의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다른 전파신호에 의한 GNSS 위성신호의 간섭과 타 장비에 의한 신호의 다중경로 영향 등이 적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뱃머리에는 선내로 통하는 작은 실내공간이 있어서 이곳에 수신기를 설치하여 외부환경으로부터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GNSS 관측시스템의 안테나는 뱃머리 전망대 난간 펜스에 지지대를 스틸타이로 고정하고, 그 위에 설치하였다(Fig. 3b). 이는 배의 요동침에 따라 안테나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케이블은 전망대 난간에서 시작하여 계단 및 환풍구를 통해 실내하부로 연결되는 통로에 설치하였다(Fig. 3c). 수신기는 전망대 하부 실내 벽에 고정틀과 케이블 타이로 체결하였다(Fig. 3d). 이곳은 전기 콘센트가 있어 수신기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고, 강수, 햇빛, 염분 바람 등으로부터 장비를 보호할 수도 있다.
3. 자료처리
이 연구에서는 2021년 7월 30일부터 8월 24일까지 총 26일간의 자료를 사용해 TEC를 산출하였다. 이 기간에 이사부호는 북서 태평양 지역을 항해하였다(Fig. 4). 모항인 거제에서 출발한 이사부호는 3일간 동중국해를 지나 남하하였고 북위 21° 부근의 필리핀 해에 도착한 후에는 지그재그로 왕복하며 적도 쪽으로 항해한다. 북위 16° 부근까지 이동한 연구선은 필리핀 해 지역에서의 20일간 여정을 마치고 3일에 걸쳐 거제로 귀항하였다. 이때 선박에 설치한 GNSS 관측시스템은 30초 간격으로 GNSS 자료를 수집하였다.
전리권 전자밀도를 산출하기 전 선박의 정밀한 위치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PPP(precise point positioning) 기법을 적용해 수집한 GNSS 자료로부터 선박의 위치를 산출하였다. PPP는 GNSS의 주요 오차를 제거하거나 그 크기를 감소시켜 단일 수신기로 수 십 cm에서 수 cm 수준의 고정밀 단독처리를 수행할 수 있는 측위 기법이다[12]. 주요 오차인 위성 오차는 IGS의 정밀궤도력과 시계 오차 산출물을 이용하여 최소화하고, 전리권 지연오차는 이중주파수 측정치를 ionosphere-free 조합으로 제거한다. 이와 더불어 대류권 지연오차는 정밀 모델을 이용하여 오차를 최소화한다.
PPP를 이용하여 산출한 선박 위치를 바탕으로 선박 상공의 전리권 TEC을 추정하였다. 식 (1)은 수신기의 이중주파수 관측값을 사용해 시선방향 TEC(slant TEC, STEC)을 구하는 식이다.
여기서 f1과 f2는 위성항법시스템의 L1과 L2 신호별 주파수, P1과 P2는 신호별 관측치, 그리고 DCBr과 DCBs는 수신기와 위성의 DCB(differential code biases)를 각각 나타낸다. 추정한 STEC은 선박의 위치에서 관측위성의 시선방향으로 마주치는 전리권 투과지점(ionospheric pierce point, IPP)에서의 전자밀도, 즉 총전자량이다(Fig. 5a). 이 연구에서는 전자밀도가 밀집한 상공의 높이를 350 km로 가정하였다.
이후 STEC을 IPP에서의 연직방향 TEC(vertical TEC, VTEC)으로 변환해 선박 상공의 TEC를 산출한다(Fig. 5b). 식 (2)는 STEC와 사상함수(mapping function, MF)를 이용하여 VTEC을 구하는 식이다. 여기서 Z는 천정각이다.
TEC은 GNSS 위성과 수신기 사이 경로에 존재하는 제곱미터당 전자의 총량이고, 이를 식 (3)과 같은 단위로 표기한다.
4. 결과
산출한 TEC를 검증하기 위해 TEC 평균 변화를 확인하였다. Fig. 6은 26일간 수집한 GNSS 자료에서 계산한 TEC의 일 변화 패턴을 보여준다. 북위 20도 기준으로 저위도와 중위도로 나눴으며, 저위도 자료는 자주색, 중위도는 하늘색으로 표시하였다. 붉은 색과 파란색 실선은 관측시간별 TEC의 평균 값이다. 이 결과는 낮에 증가하고 밤에 감소하는 전리권 전자밀도의 일변화 패턴을 잘 보여준다. 또한, 중위도보다 전자밀도가 높은 저위도 전리권의 특성도 확인할 수 있다.
바다에서 산출한 TEC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인접한 지상 GNSS 관측소에서 수집한 GNSS 자료를 사용해 산출한 TEC와 비교하였다. 이사부호가 출항한 당일 날(7월 30일, Day of Year 211) 선박과 가까이 위치한 지상기준국인 거제도(GOJE , 국토지리정보원 운영)와 서이말(SEOI , 국립해양측위정보원 운영)에서 수집한 GNSS 자료를 사용하였다. Fig. 7(a)는 각 관측지점의 공간적 위치로, A는 GOJE 기준국, B는 SEOI 기준국을 각각 나타낸다. 선박이 이동함에 따라 A 지점과는 대략 25–35 km, B 지점과는 약 15–30 km 정도 거리 변화가 있다.
7(b)–7(d)는 선박, GOJE 기준국, 그리고 SEOI 기준국에서 각각 추정한 일일 TEC 변화를 보여준다. 여기서 각각의 색상은 관측된 위성별로 추정한 TEC을 표현한 것이다. 세 지점 모두 0–20 TECU 범위에서 유사한 일변화 패턴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선박에서도 합리적인 TEC 추정이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선박에서 추정한 TEC의 경우에는 지상 기준국에서 산출한 TEC과 달리 위성별로 불연속 변화패턴이 발생한다. 이는 선박과 같은 동적 환경에서 안테나의 움직임에 의한 영향으로 추정된다. Sohn et al.[14]에 의하면, 선박에서 관측한 GNSS 자료가 지상에 비해 다중경로 오차가 크고, 배의 속도가 빠를수록 추정한 GNSS 대기 수증기량의 오차가 증가한다.
5. 결론
이 연구에서는 선박을 활용해 바다에서 GNSS 자료를 수집하고, 전리권 전자밀도 정보를 산출하는 시험 결과를 제시하였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운영하는 연구실험선 이사부호에 GNSS 관측시스템을 설치하고 약 한 달간 필리핀해 지역을 운항하며 수집한 GNSS 자료를 사용해 TEC를 산출하였다. 선박 TEC 결과는 지상 자료와 비교하여 평균적으로 3 TECU 이내의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위성에 따른 TEC 값이 지상 관측에 비교해 불연속적으로 나타나므로 움직이는 선박과 같은 동적환경 자료에 대한 추가분석과 처리 방법을 개선할 것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장기간 선박에서 수집한 장기 자료를 사용해 전리권 변화를 분석할 계획이다. 또한, 이 결과는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 중인 준 실시간 전리권 감시시스템에서 산출하는 전리권 정보의 정밀도 개선에도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