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전리권은 태양복사선에 의해 대기가 이온화한 영역으로 고도 약 50 km에서 1,000 km 사이, 중간권과 열권 하부에서부터 외기권에 이르는 넓은 영역에 분포하고 있다. 지구 전리권은 지구 대기의 가장 바깥에 위치해 외부와의 플라스마 교환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전기적으로 중성인 대기 입자와 공존하며, 지속해서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영역이다. 이 때문에 전리권의 상태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인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전파 통신과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와 같은 위성 항법시스템의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전리권 관측은 1967년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설치한 이오노존데로 시작했으나, 전리권 연구는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1–7]. 극지연구소에서는 남극과 북극에 설치한 지상 관측 인프라를 중심으로 전리권 관측과 활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07년과 2008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설치한 유성레이더와 전천카메라를 시작으로[8–15] 남극과 북극 4개 관측소(남극 세종/장보고과학기지, 북극 다산과학기지, 스웨덴 키루나 Esrange)에 페브리-페로 간섭계를 설치해 중간권과 열권의 중성 대기 바람과 온도, 그리고 대기 중량파를 관측해왔다[16–18]. 또한 2014년 다산과학기지와 세종과학기지에 GPS 신틸레이션 수신기를 설치해 전리권 관측을 시작했으며, 2015년에는 이오노존데를 장보고과학기지에 설치해 남반구 고위도에서 수집하기 어려운 전리권 전자밀도와 이동 속도 등을 산출해 제공하고 있다[19,20]. 세종과학기지와 달리 장보고과학기지는 오로라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 위치해 오로라 전천카메라를 설치해서 운영 중이며, 2021년부터 장보고과학기지와 지자기 남극 사이에 오로라 관측망을 구성해 남반구에서 일어나는 오로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2007년부터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한 중위도 전리권/고층대기 변화를 연구하기 위한 다양한 관측기를 운영 중이다. 2008년 전리권/고층대기 교란 및 파동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보현산 천문대에 전천카메라를 설치하였고, 2009년에는 대한민국 공군과 협력해 충남 계룡에 Very High Frequency (VHF) 전리권 레이더를 설치해 전리권 E층과 F층의 전자밀도 불균일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측 중이다[21–23]. 2017년에는 열권의 중성 대기 바람 속도 및 온도를 관측하기 위해 VHF 전리권 레이더 부지에 유성레이더를 추가 설치하였다. 또한 2020년부터 국내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관측망을 사용한 전리권 전자밀도 정보를 준 실시간으로 산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2022년부터 사용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며, 2020년과 2021년 보현산천문대와 제주 탐라 KVN천문대에 GNSS 신틸레이션 수신기를 설치해 전리권 교란에 의한 GNSS 신호 영향을 감시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 GNSS 신틸레이션 수신기를 비롯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응용물리연구소(Johns Hopkins Uni-versity Applied Physics Laboratory)에서 개발한 대기광 관측 전천카메라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24]. 이 밖에도 2015년 극지연구소와 천문연구원은 전자 밀도와 온도 등 고도에 따른 고위도 전리권/고층대기의 다양한 물리량을 관측할 수 있는 유럽연합레이더(European Incoherent Scatter SCienctific Association, EISCAT) 회원으로 가입해 관측 시간과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25–27]. 지상 관측기 외에도 한국천문연구원은 2015년부터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지역 전리권 예측 수치 모델을 개발 중이며, 2022년에는 4기의 나노위성으로 구성한 저궤도 우주환경 관측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다양한 전리권/고층대기 관측기를 운영함에도, 그동안 정보를 공유할 기회가 많지 않아 기관별로 독립적인 연구를 진행해왔다. 현재 일부 관측 자료는 한국우주환경연구센터(http://kswrc.kasi.re.kr)와 한국극지데이터센터(http://kpdc.kopri.re.kr), 그리고 우주전파센터(http://spaceweather.rra.go.kr) 등 관측기 운영 기관이 제공하는 웹 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요청해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고 활용도가 낮다. 따라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우주환경 관측 자료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우주과학회 태양우주환경분과에서 국내 연구소와 대학에서 보유하고 있는 우주환경 자료 정보를 수집하였고, 한국우주과학회 2021년 봄 학술대회에서 ‘국내 태양 우주환경 관측 자료 활용 현황’이라는 제목으로 특별 세션을 마련해 자료 현황을 공유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수집한 정보 중 극지연구소와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전리권/고층대기 관측기를 중심으로 운영 현황과 관측 자료에 관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2. 전리권/고층대기 자료 보유 및 활용 현황
국내 기관에서 운영하는 전리권/고층대기 지상 관측기 현황을 Table 1에 정리하였다. 이 중 극지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이오노존데와 페브리-페로 간섭계, 그리고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전천카메라와 VHF/유성 레이더, 그리고 GNSS 관측 자료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Instrument | Institute | Location | Data Period |
---|---|---|---|
이오노존데 | 국립전파연구원 | 안양 | 1973.04 – 2009.07 |
이천 | 2010.06 – 현재 | ||
제주 | 2009.01 – 현재 | ||
이오노존데(JVD) | 극지연구소 |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 2017.01 – 현재 |
페브리-페로 간섭계 | 극지연구소 |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 2014.03 – 현재 |
남극 세종과학기지 | 2017.02 – 현재 | ||
북극 다산과학기지 | 2015.10 – 현재 | ||
스웨덴 키루나 | 2016.10 – 현재 | ||
전천카메라 (오로라) | 극지연구소 |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 2018.03 – 현재 |
전천카메라 (대기광) | 극지연구소 | 남극 세종과학기지 | 2008.06 – 현재 |
한국천문연구원 |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 2016.12 – 현재 | |
보현산천문대 | 2008.04 – 현재 | ||
유성레이더 | 극지연구소 | 남극 세종과학기지 | 2007.03 – 현재 |
한국천문연구원 | 충남 계룡대 | 2017.10 – 현재 | |
VHF 레이더 | 한국천문연구원 | 충남 계룡대 | 2009.12 – 현재 |
GNSS 신틸레이션 수신기 | 극지연구소 | 북극 다산과학기지 | 2015.08 – 현재 |
남극 세종과학기지 | 2015.03 – 현재 | ||
한국천문연구원 |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 2015.12 – 현재 | |
보현산천문대 | 2020.11 – 현재 | ||
탐라KVN천문대 | 2021.07 – 현재 | ||
국립전파연구원 | 강릉, 광주 | 2013.09 – 현재 | |
대전 | 2013.08 – 현재 | ||
이천, 제주 | 2011.11 – 현재 | ||
자력계(써치코일) | 극지연구소[28] |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 2016.12 – 현재 |
경희대학교 | 남극 세종과학기지 | 2018.01 – 현재 |
이오노존데는 전리권 관측을 위해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는 지상 관측기 중 하나로 HF(High Frequency, 1–30 MHz) 주파수 대역의 전파를 사용하는 레이더의 일종이다. 송신안테나에서 방출한 전파는 전리권 플라스마 밀도 변화로 인해 지속적인 굴절이 일어나고 전파의 주파수가 전리권 플라스마 주파수와 일치하는 고도에 이르면 반사되어 지상으로 되돌아온다. 이렇게 전리권에서 반사된 전파를 전리권 에코(ionospheric echoes)라고 하며, 수신안테나로 받아 전자밀도와 같은 전리권 주요 물리량을 얻을 수 있다. 극지연구소에서는 2015년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 이오노존데를 설치하여 기기 안정화 단계를 거쳐 2017년부터 고위도 전리권 전자밀도, 이온 속도, 전자밀도 수평 기울기 등의 관측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20]. 장보고과학 기지에서 운영 중인 JVD는 36m 높이의 송신 타워 4개에 지상에서 타워 상단부까지 지그재그 형태로 케이블을 연결해 송신 안테나를 구성한다. 이와 같은 타입의 송신 안테나는 단일 송신 타워를 가진 델타 타입 안테나와 비교해 주파수에 따라 균일하지 못한 전파를 송출하는 문제를 해소해 넓은 영역의 전리권 관측이 가능하다. 수신안테나는 8개의 다이폴 안테나로 ‘+’ 형태의 배열을 구성해, 전리권 에코가 가진 위상 정보를 바탕으로 에코의 위치와 운동 속도를 추정한다[19,20].
장보고과학기지 상공 전리권 물리량은 Fig. 1처럼 이오노그램으로 표출한다. 이오노그램은 2분마다 생성되며, 에코별 물리적 특성(거리, 신호 세기, 시선 속도, 위치, 위상 오차 등)을 계산하고, 특성이 유사한 에코 그룹을 trace로 구분해 분석한다. 각 에코의 플라스마 주파수가 전리권 전자밀도에 비례하는 관계를 이용해 고도에 따른 전리권 전자밀도를 계산하고, 에코 단위로 분석해 전리권 전자밀도 수평 경사도를 동-서, 남-북 방향에 대해 고도별로 추정할 수 있으며, 에코의 위상 정보를 사용해 공간적 위치와 시선 방향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이오노존데가 위치한 중·저위도 지역과 비교해 장보고과학기지가 있는 극관(polar cap)과 오로라 타원체(aurora oval) 경계 지역은 열린 자기장으로 들어오는 플라스마에 의해 발생하는 복잡한 전자기 특성이 전리권 변화를 일으킨다. 따라서 JVD 관측 자료는 이오노존데 자료 분석 기법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며, 관측이 많지 않은 남반구 고위도 전리권 자료를 제공하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극지연구소에서는 이오노존데에서 관측한 전자밀도와 이온 속도를 GNSS, SuperDARN 레이더, 그리고 페브리-페로 간섭계 관측 자료와 비교해 교차 검증 중이다.
Fig. 2는 JVD 관측 자료를 사용해 분석한 그림으로, 전리권 전자밀도, 이온 속도, 그리고 전리권 전자밀도 수평 기울기의 일 변화를 2018년 3월 한 달 평균한 값을 나타낸다. Fig. 2(a)는 80 km에서 280 km 사이 전자밀도의 하루 변화를 보여주며, Fig. 2(b)는 플라스마의 이동 속도 변화를 동서와 남북 방향으로 나누어 그린 그림이다. 자정과 정오에 강한 남북 방향 성분과 오전과 오후에 각각 나타나는 서쪽과 동쪽으로 흐르는 플라스마의 패턴은 전형적인 극관 주위 플라스마 운동을 보여준다. Fig. 2(c)–2(d)는 전자밀도의 수평 기울기 변화를 각각 동서와 남북방향으로 나눈 그림으로, 고위도 지역으로 유입하는 플라스마와 극 지역 플라스마 흐름에 의한 전자 밀도의 변화 정보를 제공한다. 따라서 JVD 관측은 장보고기지 상공 전리권의 전반적인 물리적 상태를 상시 감시하는 역할을 하며 지자기 폭풍, 오로라 활동 등 우주환경 변화에 대한 고위도 전리권의 반응에 관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고층대기 입자들은 태양 복사와 우주선(cosmic rays) 등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라갔다 안정한 상태로 내려오며 대기광(airglow)을 방출하므로, 대기광 관측은 고층대기 입자의 운동 속도 또는 온도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FPI는 약 1 nm 정도의 협대역 광학 필터를 사용해 단일 파장의 대기광을 선택적으로 수용해 에탈론에서 생기는 간섭무늬를 이미지 형태로 기록하는 장비로, 원래는 천문 관측을 위해 개발했으나, 고층대기 관측에서 주로 사용 중이다. FPI는 광학 필터 종류에 따라 중간권 상부, 열권 하부, 그리고 열권 중·상부 대기광 관측이 가능하며, 수동(passive) 광학 장비로는 유일하게 고층대기 바람과 온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현재 극지연구소에서는 2대의 FPI를 북극 다산과학기지와 스웨덴 키루나 관측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약 250 km 상공의 중성 대기와 300–400 km 상공의 산소 이온 바람과 온도를 관측하고 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는 중간권 상부와 열권을 관측하기 위해 3개의 광학 필터를 탑재한 FPI를, 장보고과학기지에서는 JVD와 동시 관측을 통한 중성 대기와 플라스마 상호작용 연구를 위해 산소 원자 대기광을 관측하는 630.0 nm 필터만 사용한 FPI를 운영 중이다.
Fig. 3(a)은 FPI 관측을 도식화한 그림이다. FPI는 상단에 달린 sky-scanner를 통해 천정 방향(zenith)과 동-서-남-북을 45도 고도로 차례로 관측해 각각의 대기광 간섭 이미지를 수집한다. Fig. 3(b)는 630.0 nm 대기광 관측 이미지 표본을, Fig. 3(c)는 광학기기 보정을 위한 632.8 nm HeNe 레이저 이미지 표본을 보여준다. 광학 필터를 통과한 단파장 빛(mono-chromatic light)은 에탈론 내부에서 지속적인 반사-투과 과정을 거쳐 2차원 간섭무늬를 형성하고 CCD에 기록된다. 이렇게 얻은 간섭 이미지 자료는 전처리를 거쳐 렌즈, 에탈론과 같은 광학 부품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보정한 후, 최종적으로 도플러 이동(Doppler shift)과 도플러 넓어짐(Doppler broadening)을 계산해 대기광 방출원인 산소 원자의 시선 방향 속도와 온도를 결정할 수 있다.
FPI는 대기광을 방출하는 층의 고도와 두께가 시공간적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해 물리량을 산출하나, 실제 대기는 압력과 온도에 의해 계속 변화하므로 오차가 발생한다. 특히 광학 관측의 특성상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으므로 정확한 날씨 정보를 사용해 자료를 선정해야 한다. 최근 세종과학기지에서 운영 중인 유성 레이더와 FPI에서 관측한 중성 대기 바람 자료를 비교한 연구는 FPI로 관측된 바람 속도가 기상 조건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18]. 따라서 정확한 날씨 정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적외선 센서 대신 소형 전천카메라를 사용해 날씨 정보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으로 전환 중이다.
고위도 열권과 전리권은 열린 자기장 구조로 인해 중위도 열권과는 다른 특성이 있으며, 관측 자료 부족으로 고위도 열권과 전리권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다. 이는 현재 사용하는 수치 모델이 지자기 폭풍이 일어날 때 고위도 열권의 원도 변화를 제대로 모사하지 못하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17]. 장보고과학기지에서는 고위도 열권과 전리권 자료를 지속해서 확보하기 위해 앞서 소개한 이오노존데 JVD와 FPI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Fig. 4는 두 관측을 통해 얻은 이온 속도와 중성 바람을 비교한 그림을 보여주는 예시로 장기 관측을 통한 극관 지역 전리권과 열권의 동역학적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기대하고 있다.
전천카메라는 시야가 180도인 어안렌즈를 이용하여 전 하늘을 관측하는 카메라로서, 광학부, 필터 휠, 그리고 CCD로 구성되어 있다. 특정 파장의 빛만 통과시키는 협대역 필터를 장착한 전천카메라는 대기광 변화를 2차원 화상으로 볼 수 있어, 오로라나 대기 중량파(gravity wave), 이동성 전리권 교란(travelling ionospheric disturbance, TID)과 같은 전리권/고층대기의 교란 현상이나 파동 전달 현상을 연구하는 중요한 관측 자료를 제공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대한민국 상공의 전리권/고층대기 교란 및 파동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2008년 3월부터 보현산 천문대에 전천카메라를 설치하여 관측 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응용물리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전천카메라를 2016년 12월부터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우주기상관측동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보현산천문대 전천카메라는 6-포지션 필터 휠, Princeton Pixis 1024B CCD 카메라, 그리고 2개의 협대역 필터(OI 557.7 nm and OI 630.0 nm)로 구성한 초고속(f/0.95) 3인치 전천카메라이다.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 설치한 전천카메라는 8-포지션 필터 휠, Princeton Pixis 512F CCD 카메라, 그리고 4개의 협대역 필터(OI 557.7 nm, OI 630.0 nm, OH 834.2 nm, Na 589.3 nm)로 구성한 초고속(f/0.95) 3인치 전천카메라이다. Fig. 5는 보현산천문대 고층대기 관측 컨테이너에 설치한 전천카메라 모습이고, Fig. 6은 OI 557.7 nm과 OI 630.0 nm 관측 영상이다.
VHF 전리권 레이더는 전리권 E층과 F층에서 발생하는 전자밀도 불균일 영역으로부터 되돌아오는 신호를 수신하는 관측 장비이다. 전리권 교란으로 발생하는 도플러 후방 산란을 관측해 고도, 후방 산란의 세기, 도플러 속도 등의 물리량을 산출하고, 이로부터 고도 60–570 km의 E층과 F층에 존재하는 전자밀도가 균일하지 않은 공간의 분포, 교란 발생 시간 및 시간에 따른 위치 변화 등을 추정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대한민국공군과 협력해 2009년부터 계룡대 공군기상단(북위 36.18°, 동경 127.14°)에 VHF 전리권 레이더를 설치하여 전리권 전자밀도 불균일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측 중이다. 레이더 안테나는 5개의 소자로 만든 야기 안테나로서 한 열에 12개씩, 총 2열 24개로 구성되어 있다. 사용 주파수 대역은 40.8 MHz이며, 최대 출력은 24 kW이다. 레이더 빔은 지자기력선에 수직이 되는 천정거리 48°를 지향하고 있으며, E층과 F층을 1분씩 번갈아 관측한다. Fig. 7에 VHF 전리권 레이더 관측소 전경과 관측 영역을 나타내었다. Fig. 8은 레이더 관측에서 얻은 전리권 E층 및 F층의 전자밀도 불균일 현상에 대한 신호 대 잡음 비, 도플러 속도, 그리고 스펙트럼 폭 예시이다.
2017년 10월에는 기존의 VHF 전리권 레이더 부지에 유성레이더 안테나 배열(1기의 송신안테나와 5기의 수신안테나)을 추가로 설치하여, E층과 F층, 그리고 유성흔 관측 운영 모드를 1분씩 번갈아 가며 수행하고 있다. 유성레이더(Enhanced Meteor Detection Radar, EMDR) 안테나 배열은 기존의 VHF 전리권 레이더의 Transmitter와 Transceiver 등의 주요 부품을 공유하며, 지구 고층대기에 진입하여 타 없어지는 유성흔을 관측할 수 있는 장비이다. 유성흔 관측은 전리권 전자밀도 불균일 현상의 발생 원인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고층대기 바람과 온도를 산출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므로 기존의 VHF 전리권 레이더 관측 자료와 비교할 수 있다. 한편, 유성흔은 고밀도 전자를 함유하고, 중성 대기 바람에 의해 움직이며, 온도에 따라 일정한 속도로 확산 과정을 거친다. 수평 바람 속도는 복수의 레이더 수신기로부터 개별 에코의 위상 정보를 사용해 계산한 시선 속도와 에코의 위치 정보로부터 산출한다. 온도 정보는 레이더 신호의 감쇄율을 이용해 추정한다. Fig. 9는 유성 레이더 관측소 전경과 안테나 배열을 보여준다. Fig. 10 상단은 유성 레이더로 하루 동안 탐지한 한반도 상공의 유성의 Sky map 예시이다. Fig. 10 하단 왼쪽은 고도, 시간, 레이더 빔 거리에 따른 유성 수를 나타내며, 오른쪽은 유성 레이더 관측으로부터 도출한 고도에 따른 1시간 평균 수평 방향의 바람이다.
GNSS는 여러 대의 항법 위성에서 송신하는 신호를 받아 사용자의 위치와 시각을 정밀하게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미국의 GPS, 러시아의 GLONASS, 유럽연합의 Galileo, 중국의 Beidou 등이 있다. GNSS 신호는 L 대역(GPS 경우 L1: 1,575.43 MHz와 L2: 1,227.60 MHz를 사용) 반송파에 실어 항법 메시지를 전송하는데, GNSS 수신기는 이 신호를 받아 사용자와 위성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추정한다. GNSS와 사용자 간 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서는 여러 오차를 제거해야 한다. 먼저 GNSS 위성의 정밀한 원자시계와 수신기의 시계가 완벽하게 동기화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차가 있고, GNSS 신호가 전리권, 대류권과 같은 지구 대기를 투과하면서 생기는 굴절에 의한 신호 지연, 또한 수신기 주변의 환경, 예를 들어 도심의 빌딩 숲에 여기저기 반사되어 들어올 때 발생하는 다중 경로 오차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큰 오차를 발생시키는 것은 지구 전리권으로 이를 보정하기 위해 GNSS 신호에 실리는 항법 메시지에 전리권 보정 정보를 포함하지만, 오차 제거율은 50% 미만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보정 정보가 없다면 단일 주파수 수신기를 사용할 경우 위치 오차는 전리권의 상태에 따라 십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에 달하기도 한다.
이렇듯 전리권은 GNSS 자료처리에서 가장 큰 오차 요인이지만 반대로 신호의 지연 값을 사용해 전리권 전자밀도(total electron content, TEC) 추정이 가능하다. TEC는 반송파에 실린 코드 또는 반송파 관측 자체로 계산할 수 있는데, 코드를 사용할 경우 계산은 비교적 간단하나 관측 잡음이 크고 정밀도가 떨어지는 반면, 반송파를 사용할 경우 계산 과정은 복잡하나 TEC 정밀도가 높아 전리권 교란 탐지를 위한 효과적인 관측 정보를 제공한다. 식 (1)은 반송파를 사용해 시선 방향의 TEC를 계산하는 기본 방정식이다.
f1과 f2는 신호의 주파수(GPS의 경우 L1과 L2 주파수에 해당), L1과 L2는 반송파 관측, λ1과 λ2는 각 주파수의 파장, N1과 N2는 반송파의 위상수인 모호 정수(integer ambiguity)이며, br과 bs는 수신기와 항법 위성의 하드웨어 바이어스(Differential Code Biases, DCBs)다. 이중 모호 정수와 수신기 DCB 추정 결과는 TEC 정밀도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료 처리 전략과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1989년 국내 최초로 GNSS 수신기를 도입한 이래 국내·외 11개 GNSS 상시관측망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 세계 네 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International GNSS Service 글로벌 데이터 센터를 유치해 운영 중이며, 2013년에 발사한 다목적실용위성 5호에 우주용 이중주파수 GPS수신기를 탑재해 GPS 신호엄폐(radio occultation)자료를 제공하고 있다[29,30]. 또한 GPS 자료를 사용한 2차원 TEC 맵 생성과 토모그래피 기법을 사용한 3차원 전자밀도 정보 산출, 그리고 정밀 TEC 계산을 위한 DCB 추정 기술을 개발해 왔다 [31–36]. 이러한 GNSS 관측망 운영 노하우와 전리권 정보 산출 기술을 바탕으로 2020년부터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리권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국토지리정보원, 국립해양측위정보원을 포함한 국내 40여 개 GNSS 관측소 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하여 전리권 정보(TEC, Rate Of TEC Index)를 생성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 웹 페이지를 통해 사용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Fig. 11은 GPS와 GLONASS 자료를 사용해 산출한 TEC 변화 정보 예시이다.
또한 한국천문연구원은 2020년 11월 경북 영천의 보현산천문대, 그리고 2021년 7월 제주 탐라 KVN천문대에 GNSS 신틸레이션 수신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 수신기는 전리권의 급격한 변화나 GNSS 위성 문제로 발생하는 GNSS 신호 교란을 관측하며, 30초나 1초 간격으로 관측하는 일반 GNSS 수신기와 달리 50–100 Hz로 GNSS 신호를 수신해 위상과 진폭의 고해상도 변화 정보를 제공한다. 보현산천문대 고층대기 관측용 컨테이너 옆에 설치한 안테나 모습과 관측 자료 예시를 Fig. 12에 나타내었다.
3. 맺음말
한국우주과학회 태양우주환경분과에서는 우주환경 관측 자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연구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내 연구소와 대학에서 보유 중인 지상과 위성 관측 자료와 모델 현황을 조사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전리권/고층대기 관측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극지연구소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지상 관측기를 중심으로 관측 방법과 자료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논문에 담지 못한 기타 관측 자료에 관한 정보는 한국우주과학회 홈페이지(http://kss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주환경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 가까이 되었고, 국내 연구자들의 활발한 연구 활동에 힘입어 우주환경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높아졌으나, 관측 자료는 여전히 상당 부분 국외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기관에서 생산한 관측 자료는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전통적인 웹 베이스 저장, 배포 방식만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활용도가 낮다. 국내 생산 자료의 활용도와 신뢰도를 높이고, 우주과학 전 분야를 아우르는 빅 사이언스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 공유의 창구를 마련함과 동시에 우주과학 분야 데이터 생태계를 혁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의 데이터 센터는 통합 저장과 중앙 집중형 관리 시스템이었으나, 최근에는 오픈 API, 오픈 소스 프로젝트 등 개방형 기술을 사용해 데이터의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분야와 연계해 데이터를 재가공함으로써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미국 나사에서도 행성 탐사 임무에서 수집한 자료를 누구나 쉽게 접근해 원하는 방식으로 분석하며 공유하는 것을 지원하는 새로운 데이터 공유 체계인 Planetary Data Ecosystem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주환경뿐만 아니라, 우주과학 전 분야 발전을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우주과학 데이터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한 커뮤니티 차원의 논의를 시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