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1901년 말 이탈리아의 마르코니(Guglielmo Marconi)가 영국과 캐나다 사이 3,500 km 거리의 대서양 횡단 전파 통신에 최초로 성공하였다. 이를 통해 확인된 지구 전리권(ionosphere)은 오로라를 바라보던 고대부터 지속되었던 그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넘어 우주시대에 살고 있는 오늘날의 인류에게는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휴대전화를 비롯한 각종 통신 기기 및 항법과 관련된 최첨단 장비가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현대 사회에서 지상국과 지상국 간의 장거리 통신은 물론이고 인공위성과 지상국 간의 통신, 위성과 위성 간의 통신 등 각종 전파통신에 미치는 전리권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전리권은 천체의 중성대기 일부가 이온화된 상태로 존재하는 영역으로 이온화된 기체는 플라즈마 물리학으로 설명되지만, 플라즈마 가스에 비해 밀도가 매우 높은 중성 대기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어 고전 유체 역학과 플라즈마 물리학이 모두 고려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또한 우주공간과 행성대기라는 매우 다른 두 동적 매체 사이의 경계면인 전리권이 형성되는 과정과 저층 대기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이해하려면, 대기 역학과 심우주 플라즈마 물리학을 포함하여 이온 생산 및 손실 과정을 설명할 이온 및 중성 입자 화학, 광화학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1].
전리권의 상태를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태양에서 출발한 복사 및 고에너지입자로부터 저층 대기(대류권, 성층권, 중간권)의 영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태양복사의 낮/밤의 변화, 태양복사 각도에 따른 위도별 차이, 계절적인 변화, 태양 활동주기에 의한 광이온화 효과로 예측 가능한 전리권 전자밀도 분포에서 벗어난 현상을 이상현상(anomaly)이라고 한다. 중·저위도 지역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이상현상에는 애플턴 이상현상(Appleton anomaly)이 대표적이며, 겨울(winter), 일년(annual), 반년(semi-annual) 이상현상 외에 자기남극 인근 바다인 Weddell sea 이상현상(WSA)이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적도/열대/중위도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온골짜기(ionization trough) 현상과 경도를 따라 전자밀도가 남·북반구의 비대칭적인 현상 등이 알려져 있다. 이상현상과는 달리 더 작은 규모로 예상치 못하게 일시적이거나 지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일으키는 섭동(perturbation)들은 지자기 폭풍이나 플라즈마 불안정성에 의해 야기되는데, 지진이나 화산폭발과 같은 지상에서 기인한 요인들도 포함된다. 지자기폭풍 발생으로 전자밀도가 급격하게 변화하거나 플라즈마 불안정으로 위성 고도에서 TID(traveling ionospheric disturbance), 버블(bubbles), 블롭(blobs) 같은 전자밀도 이변이 관측되는데, 자기력선을 따라 자기력선 공액지점(magnetic conjugate point)에도 대칭적으로 나타나고 일시적인 통신 두절과 같은 실생활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전리권 연구에 주로 활용되는 자료로는 장기간 자료축적이 가능한 지상관측(레이더, 이오노존데,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신틸레이션 등) 자료와 위성에서 측정한 현장측정[in-situ(Langmuir Probe 등)] 또는 원격탐사[remote sensing(radio occultation 등)] 방식의 자료를 들 수 있다. 국내 여러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리권 및 고층대기 관측 자료는 이오노존데, FPI(Fabry-Perot Interferometer), 전천카메라, 레이더, GNSS 신틸레이션 수신기, 위성관측 등으로 이에 대해 [2]에 소개되었다. 이렇게 관측된 현상의 물리적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나 우주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수치모델(numerical model)이 필요하고 다양한 관측자료는 모델의 고도화에 활용된다. 전리권에 활용되는 수치모델은 경험적 모델(empirical model), 이론적 모델(theoritical model), 자료 동화 모델(data assimiliation model)이 포함된다[3].
국내에서는 1967년 국립전파연구원에 이오노존데가 설치되어 전리권 관측을 처음 시작하였고 본격적인 연구는 2000년대 이후부터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2]. 이 중 중·저위도 지역의 현상과 관련하여 국내 연구자가 참여한 연구를 살펴보면 지상에서 관측된 자료로 전리권의 전자밀도 장기간 경향 및 이상현상을 분석한 연구[4–14]와 위성자료를 활용하여 애플턴 이상현상에 나타는 LW-4(Longitudinal Wavenumber-4) 파동과 버블, 지진 등에 의한 전리권 현상[15–31]이 연구되었다. 전리권 위층인 플라즈마권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32]도 진행되었다. 이 외에도 극지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세종기지와 장보고 기지의 레이더 및 전천카메라를 포함하여 EISCAT 레이더나 위성자료를 활용한 고위도 전리권 연구[33–40]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본문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어온 지구 전리권 연구의 역사, 전리권 구조 및 형성과정, 중·저위도 전리권의 특징 및 현상, 그리고 국내 연구자들이 참여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2장 전리권 연구의 역사, 3장 지구 전리권의 구조, 4장 지구 고층대기, 5장 전리권 형성, 6장 전리권 역학, 7장 저위도 및 중위도 전리권 특징, 8장 전리권 연구방법, 9장 중·저위도 전리권, 10장 요약 및 결론으로 구성되었다.
2. 전리권 연구의 역사
석기시대부터 그 기록이 남아있는 인류가 최초로 접한 지구의 고층대기 현상은 밤하늘을 수놓은 다양한 형태의 오로라 극광이다. 1800년대에 와서는 이러한 오로라가 지자기 교란 또는 태양흑점과 연관성이 있고, 태양주기(11년)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19세기 말에 K. Birkeland는 태양에서 방출되어 지구에 도달한 전자빔이 지구 자기장에 영향을 주고 극지방 오로라를 형성한다고 제안하였다.
C. Gauss(1839년)와 B. Stewart(1878년)는 지구 표면에서 자기장이 변화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대기중에 전류가 흐른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1901년 G. Marconi가 대서양 횡단 전파 통신에 성공하면서 지구주위에서 전파를 굴절시키는 전리권의 존재가 밝혀졌고, 1902년 A. E. Kennelly와 O. Heaviside는 고층대기에 존재하는 자유전자가 전파를 반사한다고 제안하였다. 1924년 E. V. Appleton과 M. A. F. Barnet에 의해 간섭 레이더의 초기형태를 발명하여 수평한 전리권 각 층을 측정하였고, 1925년 G. Breit와 M. A. Tuve은 이온존데의 초기형태인 "pulse sounding"를 발명하였다. 1926년 R. A. Watson-Watt에 의해 "ionosphere"라는 용어가 처음 명명되었으나, 실제 전리권에 대한 물리·화학적 이론의 정립은 1950년대 이후에 이루어졌다. 전리권의 D-, E-, F-층은 Appleton이 처음 자신이 발견한 층에서 '전기장이 반사된다' 하여 E-층으로 명명하고 그 후에 발견한 나머지 층은 알파벳 순서로 붙인 것으로 유래되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고층 대기 및 전리권 연구자들이 로켓 기술을 연구에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인공위성을 통한 우주 탐사의 길이 열렸다. 1946년 최초로 V-2 로켓에 랑뮈어 탐침기(Langmuir probe)와 열전자 압력측정기가 탑재되었고,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닉(Sputnik) 1호를 시작으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고층대기 및 전리권 현장측정(in-situmea-surement)이 가능해지면서 지상 관측 기기의 발전과 더불어 전리권 연구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41,42].
3. 지구 전리권의 구조
지구 전리권은 중성대기의 일부가 태양 자외선(UV), 극자외선(EUV ) 및 X-선에 의해 광이온화(photoionization) 되거나 자기장을 따라 극지방으로 유입되어 들어오는 고에너지 입자와의 충돌에 의해 이온화되어 존재하는 영역으로 일반적으로 60–1,000 km까지 영역을 의미한다. 전리권은 특정 고도에서 전자밀도가 밀집되어 수평하게 층을 이루는데, 고도에 따라 낮(실선)에는 D층(60–90 km), E-층(100–160 km), F-층(160–600 km)으로 분류되고, 밤(점선)에는 D-층과 E-층이 소멸된다(Fig. 1. right).
전리권, 즉 이온화된 고층대기는 실용적인 면에서 전파통신과 관련하여 중요하고 과학적인 면에서는 전기를 띈 입자이므로 상대적으로 측정이 쉬워 고층대기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 고층대기에 존재하는 하전 입자의 양은 전자밀도가 가장 높은 층에서도 전체 중성 대기양의 1% 미만이고(Fig. 2), 이온(양전하)와 전자(음전하)가 쌍으로 생성/소멸되거나 이동하여 중성상태인 플라즈마(plasma) 상태를 유지한다[42].
전리권의 중요 파라미터는 전자밀도이다. Fig. 1의 오른쪽 그림은 조용한 태양 활동 시기에 밤(점선)/낮(실선)의 중위도 지역 전리권의 고도별 전자밀도 분포도를 보여준다. 낮 시간에는 F-층이 F1-층과 F2-층으로 나뉘며 최대 전자밀도는 106 cm–3 정도이고, 300 km 근처에서 최대가 된다. 밤에는 D-층과 E-층이 사라지고 F2-층만 유지되며, 400 km 부근에서 전자밀도가 최대이다. D-층은 중간권 상층부 영역에서 자외선(121.6 nm 파장)에 의해 생성된 분자와 음이온이 존재한다. E-층은 열권 하부에 자외선(80–103 nm 파장대), X-선(1–20 nm)에 의해 광이온화된 O2+와 NO+ 분자이온이 주를 이룬다. F-층은 열권에 존재하며 낮 시간에는 F1-층과 F2-층으로 나뉘고, 자외선(20–80 nm)으로 광이온화된 O+가 주된 이온이다. 최대전자밀도가 나타나는 고도 위쪽을 전리권 상부(topside)라고 하고, 천이고도(transition height)인 600–2,000 km에서 플라즈마권과 만나며 이 지역에서 O+와 H+의 밀도는 거의 같아진다.
4. 지구 고층대기
지구의 대기구조를 고도별 온도 변화로 구분하면 대류권(troposphere), 성층권(stratosph-ere), 중간권(mesosphere), 열권(thermosphere)으로 분류되며, 층과 층 사이는 계면(-pause)으로 명명한다(Fig. 1. left). 대류권(0–10 km)은 태양 복사에 의해 데워진 지표에서 멀어질수록 기온이 낮아진다. 성층권(10–45 km)은 오존(O3)으로 태양 자외선과 지표 방출 적외선을 모두 흡수하여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높아진다. 중간권(45–95 km)은 이산화탄소에 의한 열손실로 기온이 낮아지다가 95 km(중간권 계면)에서 기온이 제일 낮다. 열권(> 98 km)은 극자외선 또는 X-선에 의해 산소분자(O2)가 광분해되거나 중성대기가 이온화되지만, 낮은 밀도로 인해 재결합율이 낮아 열이 방출되지 않고 축적되어 고도가 증가할수록 온도가 급격하게 증가한다[41].
고도별로 대기의 성분 변화로 구분하면 100 km 이하 고도인 균질권(homosphere)에서는 고도에 상관없이 중성대기 성분비가 일정하고 비균질권(heterosphere)(> 100 km)에서는 질량에 따라 대기성분의 고도별 분포가 달라지는데 2,000 km 이상은 수소권(hydrogensphere, geocorona)으로 분류된다[43].
Fig. 3은 100 km 이상에서 지구 중성대기의 고도별 성분 분포와 전리권의 주된 이온 성분의 분포를 보여준다. 100 km 이하 균질권에서는 질소 분자(N2)와 산소 분자(O2)의 비율(4:1)이 고도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100 km 이상에서는 태양 자외선에 의한 산소분자(O2)의 광해리로 산소 원자(O)가 생성되고 분자 확산에 의해 N2, O2보다 가벼운 산소 원자가 더 높은 층까지 남게 된다. 지구 대기의 주된 성분인 N2, O2, O의 밀도는 100 km 근처에서 1011–1012 cm–3이고, 고도가 증가함에 따라 각가 다른 비율로 감소한다. 그림에 표시된 전자밀도(e-)의 분포로 고도별로 전자밀도에 영향을 주는 이온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밀도는 200–300 km 근처에서 최대인 Ne=106 cm–3로 이 고도에서 주를 이루는 O+ 이온밀도와 일치하고 이는 중성대기 밀도의 1/1,000에도 못 미친다. 600 km 이상의 외기권에서는 더 가벼운 수소나 헬륨 기체들이 주를 이룬다.
5. 전리권의 형성
전리권의 구조는 이온이 생성(q) 또는 소멸(L)되거나 이동(transport)하는 물리적 과정에 의해 결정되는데, 식 (1)의 연속방정식으로 플라즈마의 밀도변화를 계산할 수 있다. 플라즈마의 이동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전리권에서 전자와 이온은 동시에 쌍으로 생성·소멸되므로 전자의 생성율과 소멸율이 전리권의 구조를 결정하게 된다(q: 전자 생성률, L: 전자 소멸률, ▽· (NV): 플라즈마 이동에 의한 변화).
실제 전리권에서 전자의 생성·소멸 과정은 매우 복잡하지만, 이론적으로 태양 극자외선/X-선 복사에 의해 중성대기가 광이온화되어 형성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때 단파장의 태양광이 높이척도(scale height)가 일정한 단일 기체종류로 이루어진 평평한 대기면으로 입사된다는 조건(Fig. 4. left) 하에서 광이온화를 계산하는 Chapman 공식은 식 (2)와 같다. 태양 입사각 χ=0일 때 전자가 최대로 생성되고 생성률이 최대인 고도의 위아래는 생성율이 줄어드는 형태의 Chapman layer를 형성한다(Fig. 4. right).
지구 전리권 밀도의 수직 분포는 낮에는 D-층, E-층, F1-층, F2-층이 형성되고, 밤에는 D-층과 F1-층이 사리진다(Fig. 5). 또한 태양흑점 극대기(실선)일 때와 극소기(점선)일 때 차이를 보인다. 최대 전자밀도 250–400 km 정도 고도(hmF2)에서 형성되며, 낮보다는 밤에 더 높다. 전리권 최대 전자밀도(NmF2)는 태양 극대기일 때 낮에 106 cm–3, 밤에 105 cm–3 정도이다. 200–700 km 사이의 전자밀도 분포는 F-층을 이루는 주된 이온인 O+와 F-층 상부에는 H+ 이온이 전자밀도와 연관이 있다. F-층 하부(bottomside)에 해당하는 100–150 km 사이의 전자밀도는 주된 이온이 NO+와 O2+이고, D-층에는 음이온이 존재한다. 전체 이온과 전자의 밀도의 일치로 보아 전리권 전체의 전하(net charge)가 0인 플라즈마 상태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도별로 차등 흡수되는 태양 복사와 분자 확산에 의해 대기 성분의 고도에 따른 분포가 질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전체 전자밀도와 연관된 이온의 종류가 다르다(Fig. 3. 참조).
D-, E-, F1- 층은 광이온화만을 고려한 채프먼층으로 기술이 기능한 반면, F2-층은 전자의 이동이 중요해져서 Chapman 이론으로만 기술되기 어렵다. F-층 고도에서 O, N2, O2 성분이 광이온화 되면서 생성된 전자는 해리 재결합, 복사 재결합, 전하 교환, 이온-원자 전자교환 과정으로 소멸된다. 여기서 O2 성분은 광이온화된 후 빠르게 해리재결합하면서 대기광(6300Å)을 방출한다(식 3a). N2의 경우 광이온화된 후 산소원자와 만나 바로 NO+와 N로 변환되고 NO+는 빠르게 해리재결합한다(식 3b). 광이온화된 O 성분은 분자 이온에 비해 전자와의 재결합률이 낮고 해리재결합에 비해 반응속도가 느린 복사재결합을 해서 F-층의 주된 전자생성 소스가 된다(식 3c).
산소 원자는 광이온화의 소스를 제공하고 N2는 NO+의 형태로 바뀌어 빠르게 전자와 재결합하여 소멸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결과적으로 O/N2 비율이 F-층 광이온화 전자밀도를 결정한다. 광이온화 만을 고려하는 경우, X-선/EUV(8–140Å)/UV(796–1,027Å) 흡수로 생성되는 E-층과 UV(140–796Å)을 흡수하여 생성되는 F-층의 총 전자 생성량은 120 km 고도에서 최대로 나타난다. 그러나 전자밀도는 O/N2 비율로 결정되고 전자 생성률(~[O])보다 소멸률(~[N2]), 즉 재결합률이 높은 E-층이 아닌 F-층에서 최대전자밀도가 나타난다.
전리권을 변화시키는 외부적 요인들은 다양하며 층별로 영향을 주는 주된 요인들이 다르다. 또한 각 층은 다른 고도의 변화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Fig. 6). 열권과 E-층과 F-층은 태양 EUV에 의해 광이온화가 주를 이루며 플라즈마권 이온이 전리권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고위도의 경우 극지방 자기력선을 따라 유입된 고에너지 입자의 충돌로 중성대기가 이온화되거나 가열되어 전지구적 순환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더 낮은 층의 경우 태양 자외선/X-선에 의한 광이온화 외에도 유성이 중간권을 통과할 때 타면서 플라즈마를 형성하거나 극지역 고에너지 입자 유입으로 D-층의 델린저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밤/낮의 차이로 태양복사의 일변화에 의한 대기 조석(tide) 현상과 대류권에서 생성되어 전파되는 파동(중량파)의 영향이 전리권에 영향을 준다. 또한 지구 자기권과 전리권이 서로 상호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41].
6. 전리권 역학
전리권 플라즈마의 역학은 중력, 압력, 전자기력, 중성대기와의 상호작용과 이온-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이온과 전자의 운동량 보존 법칙을 살펴보면 식 (4)와 식 (5)와 같다(: 중력, : 압력변화, : 전자기력, : 이온-중성대기 충돌, : 이온-전자 충돌).
자기장 B에 수직하게 속도 V로 입사하는 하전입자의 원심력과 로렌츠 힘이 균형을 이루는 경우 하전입자의 자이로주파수(gyrofrequency, ω)는 질량에 반비례하므로 이온보다 전자의 ω가 훨씬 크고 두 입자의 회전 방향은 반대 방향이다.
자기장에 수직한 방향으로 전기장이 존재하는 경우 이온과 전자는 전기장과 자기장에 수직한 방향으로 표류(drift)하는데 이를 E × B 표류라고 한다. FIg. 7에서 자기장(B)은 지면을 뚫고 들어가는 방향이고 이에 수직 방향으로 전기장(E)이 존재하는 경우, 이온이 전기장에 의해 가속되다가 자기장에 대해 회전하기 위해 전기장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안 감속된다. 이 경우 전자는 시계 방향으로, 이온은 반시계 방향으로 이 운동이 반복되면서 전자와 이온이 자기장과 전기장에 모두 수직한 방향으로 함께 표류하게 되므로 전기적으로는 변화가 없다.
전리권에서 하전입자의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플라즈마와 중성대기의 충돌[충돌주파수(υ)]과 전기장(E) 그리고 자기장(B)의 방향과 세기에 의해 결정된다. 자기장(B)에 수직한 방향으로 전기장(E)과 중성대기 바람(U)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80 km 고도 아래에서는 플라즈마가 자기력선 주위를 도는 동안 중성대기와의 충돌이 빈번하여 (υ ≫ ω) 자기장 영향보다는 중성대기바람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E-층은 충돌주파수와 자이로주파수가 거의 비슷해서(υ ~ ω) 플라즈마는 전자기장과 중성바람의 영향을 모두 받아 복잡하고 흥미로운 현상이 존재하는 지역이다. 200 km 이상의 고도에서는 중성대기의 밀도가 낮아 플라즈마와 중성대기의 충돌주파수가 자이로주파수보다 훨씬 작아(υ ≪ ω) 플라즈마들은 자기장을 따라 자이로 운동을 한다. 이 영역에서 플라즈마는 전기장의 영향으로 E × B 표류와 더불어 중성바람에 의한 이동(U × B)으로 이온과 전자가 분리(charge seperation)됨으로 인해 형성된 전류가 플라즈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전자의 생성·소멸률과 플라즈마 역학이 결합하여 전리권 전자밀도(NmF2)의 변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현상들을 야기한다. E-층은 채프만층으로 태양광이 있는 낮 시간에만 존재하고 밤 시간에는 사라진다. 그에 비해 플라즈마의 이동이 중요해지는 F-층은 광이온화가 사라지는 밤 시간에도 유지된다. 낮 시간에는 중성바람이 적도에서 양극 방향으로 분다. Fig. 8처럼 중위도 지역에서 자기력선은 기울기 I를 갖고 기울어진 형태로 극 방향으로 부는 중성바람의 경도 방향 성분(UM)은 자기력선을 따라 움직이는 플라즈마들을 낮은 고도로 이동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플라즈마는 중성대기와의 재결합확률이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어 hmF2는 낮 시간에는 낮아진다. 반대로 밤 시간에는 적도 방향으로 부는 중성바람이 자기장을 따라 움직이는 플라즈마를 높은 고도로 밀어 올려 중성대기와의 재결합율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시킨다. 이로써 밤 시간에 hmF2가 높아지고 F-층 전자밀도가 유지된다(Fig. 8).
지구의 자기 남·북극은 지리적 극과는 기울어져 있고 중심에서도 벗어나 있다. 전지구적으로 지자기의 세기와 기울어진 정도는지표에서 자기력선이 경도와는 기울어져 있어 자기력선을 따라 움직이는 플라즈마와 중성바람 사이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이런 복잡한 관계에서 다양한 현상들이 발생한다.
7. 저위도 및 중위도 전리권 특징
저위도 지역 자기장은 지표면과 수평하게 배열되어 있고 경도풍이 수평 방향으로 불어서 저위도 전리권 플라즈마는 수평 방향으로만 확산한다. 그 결과 적도 부근에서 hmF2와 NmF2는 지역 시간(local time)별로 변화하며, hmF2는 밤에 중위도 지역과는 달리 밤보다는 낮에 더 높다.
적도지역 E-층에는 중성대기 바람에 의해 생성되는 다이나모 전기장(dynamo electric field)이 존재하는데(Fig. 9. left), 자기력선에서는 전기전도도가 매우 높아 이 전기장은 자기력선을 따라 F-층까지 전달된다. 낮 지역 E-층에서 생성된 동쪽 방향의 다이나모 전기장에 의한 E × B 표류로 플라즈마가 높은 고도로 이동(upward drift)하고, 밤 지역은 반대로 낮은 고도로 이동하게 된다. 낮 시간 동안 높은 고도로 이동했던 플라즈마는 중력과 기체압력 기울기에 의해 낮은 고도로 가라앉게 되는데, 이때 하전입자의 특성상 자기력선을 따라 분산되면서 적도에서 벗어난 지역에 높은 전자밀도를 형성하게 된다(Fig. 9. right). 이처럼 전자기적 표류와 확산 효과가 합쳐져 마치 분수 같은 플라즈마 운동 패턴을 야기하며 이온화 최대치가 자기적도의 양쪽으로 벗어난 지역에 형성되는 현상을 애플턴이상현상(Appleton anomaly)라고 한다. 저위도 전리권 모델은 다이나모 전기장에 의한 수직플라즈마 표류 성분을 고려하여 구축한다.
수직플라즈마 표류 속도는 10–30 m/sec 범위 정도로 낮에는 높은 고도 방향이고 밤에는 낮은 고도 방향이다. 대부분의 경도지역에서 일몰 명암경계선(~18 LT) 근처에서 플라즈마가 높은 고도 방향으로 급격히 표류하는 현상[PRE(prereversal enhancement)]이 일어나는데, 이는 적도지역 F-층 분산현상(equatorial spread F)과 관련된다.
대표적인 플라즈마 불안정인 F-층 분산(spread F; Fig. 10)의 규모는 몇 cm에서 몇 백 km까지의 범위이고 전체 위도에서 나타나지만, 적도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밤시간에 형성된 F-층 분산(플라즈마 버블)는 밀도가 낮은 플라즈마 덩어리가 F-층 하부부터 고도 1,500 km까지 수직으로 길게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 비어있는 플럭스 튜브는 자기력선을 따라 양쪽 반구로 이동해 부분적으로 전자밀도가 낮은 상태를 만든다.
F-층 분산과 플라즈마 버블 생성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앞에서 낮 시간 적도지역 F-층의 플라즈마 E × B 표류를 설명하였다. 지구와 함께 전리권도 일몰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일몰 경계선에서 동쪽 방향으로 증가된 수평바람이 낮-밤 다른 전도도와 관련되어 추가적인 동쪽 방향 전기장이 형성되어 E × B 표류의 증가에 의한 PRE를 야기한다. 밤지역으로 이동할수록 F-층 하부는 빠르게 사라져서 밀도가 낮은 유체 위에 밀도가 높은 유체가 존재해서 발생하는 레이레이-테일러(Rayleigh-Taylor) 불안정 상태가 된다. 이렇게 F-층 하부에서 발달한 밀도가 낮은 플라즈마가 자기력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버블을 형성하고 F-층을 뚫고 위로 올라간다.
중위도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로 E-층(90–120 km 고도)에서 이온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스포래딕-E(Sporadic-E) 현상이 있다. 모든 위도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나며 주변보다 밀도가 10배 정도 증가한다. 주로 유성이 떨어지는 동안 만들어진 금속성이온(Fe+, Mg+)이 사라지지 않고 얇은 층을 만들어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8. 전리권 연구 방법
전리권 연구 방법은 크게 관측을 통해 얻은 자료를 분석하는 방법과 모델링의 방법으로 나뉜다. 전리권 연구를 위한 관측 방법으로는 크게 전파, 광학, 직접 관측 등을 들 수 있다. 전리권 각 층(F, E, D)에서 반사되는 전파(HF, MF, LF)를 지상에서 관측하는 사운딩 방식(이오노존데)이 가장 대표적 전리권 관측 방식으로 F2-층 상층부는 topside sounder로 인공위성에서 반대 방향으로 관측할 수 있다. 또한 전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는 간섭 산란(coherent scatter), 비간섭 산란(incoherent scatter), GNSS 신호차폐(occultation) 및 신틸레이션(scintil-lation)이 있다. 간섭산란 방식은 전파(HF, VHF, UHF )의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여 오로라, 자기적도, 유성 트레일 관측이 가능하다. VHF/UHF 전파를 활용한 비간섭 산란 방식으로는 이온 밀도, 온도, 표류 속도 및 중성대기 관측이 가능하다. 광학관측 방식으로 오로라의 간섭 또는 이미징를 활용하거나 대기광으로 기체의 온도와 속도를 측정한다. 로켓과 인공위성 탑재체를 이용한 현장 측정(in-situ measurements) 방법으로 하전입자 및 중성기체의 밀도, 성분, 온도, 속도, 전자기장 이나 공기 밀도에 의한 위성 궤도 변화를 분석 연구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탑재체로는 랑뮈어 탐침기(Langmuir probe)과 자력계(magnetometer)가 있다[46,47].
한편 전리권 연구에 쓰이는 모델은 크게 물리적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이론적 모델과 관측된 전리권 파라미터의 경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예측하는 경험적 모델로 나눌 수 있다. 모델을 통해 고도, 시간, 위·경도에 따른 전자밀도 분포 변화를 예측한다. 대표적인 경험적 모델인 IRI(international reference ionosphere)는 전자밀도, 이온밀도(O+, H+, He+, NO+, O2+), 전자 및 이온 온도, 적도 수직 이온 표류, TEC를 제공한다. 이론적 모델은 연속방정식(전자의 생성 및 소멸, 이동 과정)을 계산하고 운동량과 에너지 보존 법칙의 공식이 추가된다[42]. 전리권 연구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이론적 모델로는 IFM(ionosphere forecast model)과 SAMI2/SAMI3 모델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경험적 모델과 이론적 모델의 한계(외부 기인 요인들의 불명확함, 관측자료 부족)를 극복하기 위해 자료동기모델이 대두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GAIM(Global Assimilation of Ionospheric Measurements), WACCM-X/DART(data assimilation research testbed) 모델을 들 수 있다[3].
9. 중·저위도 전리권 국내 연구 현황
이번 장에서는 전리권 연구에 활용되는 다양한 지상 및 위성 관측자료들을 활용하여 국내 연구자가 참여하여 진행된 중·저위도 전리층 연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리권 및 고층대기 관측 자료는 이오노존데, FPI, 전천카메라, 레이더, GNSS 신틸레이션 수신기 등이다[2]. 전리권의 상태를 결정하는 주기적인 요인(태양활동, 낮/밤의 변화, 위도별 차이, 계절적인 변화 등) 외에도 중·저위도 지역의 경우 다양한 이상현상(애플턴 이상현상, 겨울 이상현상, 일년 이상현상, 반년 이상현상, WSA 이상현상)이 있다. 또한 적도/열대/중위도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온화골짜기(ionization trough) 현상과 남·북반구의 전자밀도가 비대칭적인 현상 등이 알려져있다. Park et al., Kim et al., Jo et al.에 의해 한반도를 포함한 중·저위도 지역의 장기간 이오노존데 자료를 활용하여 태양활동 및 지자기 활동에 최대전자밀도(NmF2)나 스포래딕-E 층의 특성이 연구되었다[4–6]. Jeong et al.에 의해 제주 이오노존데 관측 자료의 품질 분석 연구도 진행되었다[7] Kam et al.은 전리권 변화에 반영되는 고층대기의 특성[바람)을 관측한 유성레이더 자료를 분석하였다[8]. Kim et al., Kwak et al., Chung et al., Lee et al.는 위성 및 GPS TEC 자료를 통한 EIA hemispheric asymmetry와 trough와 같은 anomaly 현상을 연구하였다[9–13]. Hong et al.은 topside sounding과 ISR 자료를 통해 mid-latitude tough과 플라즈마권과 연계성을 연구하였다[14]. 이런 트랜드 분석은 예측모델의 고도화에 활용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이상현상과는 달리 지자기 폭풍이나 플라즈마 불안정성에 기인한 전리권 섭동(depletion, TID, bubbles, blobs) 현상들은 일시적인 통신 두절과 같이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대표적인 전자밀도 감소현상(depletion)인 적도지역 버블(bubble)에 연구는 발생 기작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관측 결과의 분석까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다[15–27]. Lee et al.은 BPDs(broad plasma depletions)와 MSTIDs(medium-scale traveling ionospheric disturbances)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28,29]. Park & Park은 지진과 같이 지상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불안정성이 전리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30] Yang et al.은 VHF coherent backscatter 레이더 자료를 통해 FAIs(field-aligned irregularities)를 분석하였다[31].
이 외에도 Lee et al.은 F2-층 상층부인 topside 전리권과 플라즈마층과의 상호관계를 연구하였다[32]. 남극의 세종기지와 장보고 기지에서 운영하는 이오노존데, FPI, 전천카메라를 활용하여 남극지역에서 관측 가능한 고층대기 및 전리권 현상을 연구하였고, EISCAT 등 해외 레이더나 위성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 그리고 극지방 이상현상인 Weddell sea anomaly 연구가 있다[33–40].
10. 요약 및 결론
지구 전리권은 고층대기의 일부가 이온화되어 전파에 영향을 주는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하는 영역으로 통신과 관련하여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오랜 기간 연구되어온 분야이다. 고도에 따라 전자밀도를 이루는 주된 이온에 따라 D-층, E-층, F-층으로 구분되며, 광이온화가 멈추는 밤에는 F-층만 남는다. 또한 플라즈마 밀도에 비해 중성대기 밀도가 매우 커서 중성대기 영향을 고려한 플라즈마로 다루어져야 한다. 태양에서 시작되어 지표면에 이르는 영역까지 전리권 외부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영역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영역의 연구가 연관되는 분야이다. 또한 중·저위도와 고위도의 전리권은 전리권 형성과정이나 나타나는 현상이 매우 상이하여 구분되어 이해된다. 본 논문에서는 지구 고층대기가 이온화되어 전리권을 형성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광이온화와 자기장 형태와 플라즈마와 중성바람의 상호작용 등에 의해 발생하는 중·저위도의 전리권의 특징적인 현상에 대해 소개하였다. 또한 현재까지 전리권과 관련하여 국내 연구자들이 참여한 연구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향후 전리권 연구 분야의 교류 활성화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