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자유공간 광통신은 지상의 광통신 네트워크에서 사용하는 광통신 레이저를 광섬유 없이 자유공간을 통해 전달하는 기술이다[1]. 이를 우주로 확장하면 우주에서 전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위성-위성 간 혹은 위성-지상 간에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위성의 발사비용을 낮춘 재사용 로켓과 큐브 위성의 등장은 인공위성을 활용하려는 민간기업의 우주진입장벽을 낮추었고 이로 인해 우주로 발사되는 인공위성의 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주 통신으로 무선 전파(radio frequency, RF) 통신을 활용했다. 오랫동안 활용해온 만큼 전파 통신 기술의 성숙도나 안정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최근에 고해상도의 카메라와 합성 개구 영상 레이다(synthetic aperture radar, SAR)를 탑재한 인공위성들이 많아지며 대용량의 자료를 지상으로 전달하기에는 전송속도에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초고속 통신 기술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또한 전파 통신은 간섭의 우려가 있어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에서 매우 엄격하게 주파수를 관리하고 있어 주파수 허가를 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공위성으로 인해 가용 주파수 대역도 조만간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현재는 주파수 허가가 필요치 않고, 전파보다 100배 이상의 빠른 전송이 가능한 우주 광통신 기술이 차세대 통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우주 광통신을 위해서는 고출력의 레이저가 사용되므로, 인체에 안전한 1,550 nm 파장 대역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1,550 nm의 레이저는 대부분 각막에 흡수되어 고출력의 경우에도 비교적 인체에 안전하다[2,3].
해외에서는 1990년대부터 우주 광통신 기술 개발을 추진해오고 있다. 1995년, 일본은 정지궤도위성인 ETS-VI(Engineering Test Satellite VI)와 NICT(National Institute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1.5 m 망원경으로 광학 파장의 레이저를 이용한 1 Mbps의 양방향 통신을 세계 최초로 성공하였다[4]. NASA는 2022년에 LCRD(laser communications relay demonstration)를 정지궤도(geosynchronous equatorial orbit, GEO)에 올렸으며, 2023년에 저궤도(low earth orbit, LEO)의 국제우주정거장에 ILLUMA-T(Integrated LCRD Low earth orbit User Modem and Amplifier Terminal)를 올려, 1.2 Gbps의 저궤도-정지궤도-지상 간 우주 광통신 릴레이 실험을 준비한다[5]. 또한 2022년에 우주로 올라간 6U 크기의 PTD-3(Pathfinder Technology Demonstrator-3)에 탑재된 광통신 터미널 TBIRD(terabyte infrared delivery)에서 송출한 레이저 신호를 지상의 TMF(table mountain facility)에 있는 OCTL(optical communications telescope laboratory)인 1 m 망원경을 이용하여 200 Gbps의 속도로 수신하는데 성공하였다. 이 실험에서는 1회 약 5분의 시간 동안 1.4 TB의 자료를 수신하였다[6]. 그리고 NASA는 기존의 전파를 이용한 심우주 탐사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DSOC(deep space optical communication) 임무를 진행 중이다. 2023년 11월에 DSOC가 담긴 Psyche 탐사선을 발사하였고, 12월 11일에 지구-달거리 80배에 해당하는 3,100만 km에서 초고화질 스트리밍 비디오 전송에 성공했다. Psyche 탐사선에서 송신된 레이저가 지구에 도달하는데 101초가 걸렸고, 최대 전송속도는 267 Mbps였다. 이 실험에서 22 cm 직경의 거울로 송신한 레이저 신호는 지상의 5.1 m 헤일 망원경이 수신하였다[7]. 독일의 TESAT에서는 DLR(Deutsches Zentrum für Luft und Raumfahrt)과의 협력 연구를 통해, 광통신 지상국과 통신할 수 있는 초소형 위성용 광통신 터미널을 판매하고 있다. 무게는 360 g이고, 약 0.3 U의 크기와 10 W의 전력을 소모하며 속도는 100 Mbps이다이 초소형 광통신 터미널의 구경은 약 25 mm 정도이다(Fig. 1)[8]. DLR에 뿌리를 두고 있는 Mynaric은 2.5 Gbps 속도로 6,500 km 이상의 거리에서 통신이 가능한 중형 광통신 터미널을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이 광통신 터미널의 구경은 80 mm이며, 크기는 약 37 cm × 28 cm × 25 cm이다(Fig. 1)[9].
전세계는 지금, 저궤도에서 지상으로 바로 연결되는 초고속 레이저 통신 실험, 정지궤도를 이용한 광통신 릴레이 실험을 통해 우주 광통신 상용화를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우주 탐사를 위한 초장거리 우주 광통신 실험도 함께 수행 중이다. 앞으로 우주 광통신은 우주에서 전파 통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핵심적인 통신 기술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5–7].
국내의 연구개발 현황은 다음과 같다. 연세대학교는 위성과 위성 간 우주 광통신을 구현하기 위해 편대비행 초소형 위성과 광통신용 광학계를 개발하고 있다[10].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2020년부터 상용 천체망원경을 이용한 광통신 지상국과 함께, Star Tracker와 PAT(pointing, acquisition & tracking)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11].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20년에 무인 이동체에 적용할 수 있는 2.5 Gbps 속도의 자유공간 무선 광통신 기술을 확보하였다. 1,530 nm과 1,590 nm로 두 파장을 분리해서 송수신 하였고, 비가 오거나 안개가 있는 환경에서도 1 Gbps의 전송속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12]. 한국천문연구원(KASI)은 기존의 인공위성 레이저 추적기(SLR, satellite laser ranging)에 적용된 위성 정밀 추적과 적응 광학 기술을 바탕으로, 광통신 지상국 구축에 필요한 기술인 PAT와 대기 완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13].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는 우주 광통신을 실증한 사례가 없기에, 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가 일본 NICT와 협력하여 수행한 GOLD(ground/orbiter lasercomm demonstration) 실험과 같이 광통신 지상국을 먼저 구축하여 실증하는 사례가 필요한 상황이다[4].
본 논문에서는 광통신 지상국 구축을 위해 수행한 자유공간 광통신 실험과 관련하여, 자체 개발한 광통신 터미널 및 광통신 지상국 장비와 실험 방법, 그리고 지상 3, 9, 20 km 거리에서 수행한 자유공간 광통신 실험 결과와 향후 계획을 논하고자 한다.
2. 실험 방법 및 장비
우주 광통신은 레이저 빔폭(beam divergence)을 매우 작게 만들어 전송하기에 전파통신보다 송신에 필요한 전력소모가 작다. 하지만 송신 레이저 빔폭이 작은 만큼 수신부로 보내는 레이저의 정밀한 정렬이 필요하기 때문에, 광통신 터미널과 지상국간의 정밀한 정렬이 해결되야 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이다. 본 실험에서는 NASA의 TBIRD 실험과 같이 상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을 활용하여, 장비의 제작 비용을 줄이면서 정밀한 정렬이 가능한 단방향 자유공간 광통신 실험 장비를 자체 개발하였다.
광통신 터미널로 이용할 송신부는 직경 30 mm 렌즈를 활용해서 레이저를 송신할 수 있는 광학계를 만들었고, 빔스플리터와 카메라를 장착하여 정밀한 지향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Fig. 2). 그리고 송신 레이저 지향을 정밀하게 제어하기 위해 상용 천문관측용 가대를 활용하였다. 이렇게 만든 송신용 광통신 터미널의 기본 사양은 Table 1과 같다.
Lens | 30 mm (ZWO mini guider scop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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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al length | 120 mm |
Camera | ZWO ASI178 mm |
FOV (field of view) | 212' × 143' |
Fiber type | SMF (single mode fiber) |
광통신 지상국을 위한 수신부는 Fig. 3과 같이 250 mm 반사망원경과 가대를 사용하였다. 망원경에 연결된 레이저 수신부는 Fig. 4와 같이 설계하였다. 망원경에서 모아진 빛을 볼록렌즈를 이용하여 평행한 빔으로 만들고, 빔스플리터로 빔을 나누었다. 그리고 각각의 볼록렌즈로 빔을 모아 한쪽은 송신부의 비콘(beacon) 660 nm 레이저를 가시광 카메라로 보고, 다른 한쪽은 광통신 터미널의 1,550 nm 레이저를 정밀하게 지향하여 수신용 MMF(multi mode fiber)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14]. 지상국 레이저 수신부의 상세한 사양은 Table 2에 제시하였다.
Telescope | GSO 250 mm reflect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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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escope focal length | 2,000 mm |
Camera | ZWO ASI174 mm |
Camera FOV | 23' × 14.6' |
Fiber type | MMF (multi mode fiber) |
Fiber FOV | 19.33" |
자유공간 광통신을 위한 모뎀은, 지상 통신 네트워크를 구성할 때 사용하는 SFP+를 활용하였다. SFP+는 규격에 맞게 대량 생산되고 있는 제품이며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실험에 사용한 SFP+ 모듈은 1,550 nm 파장을 사용하며 10 Gbps 전송속도를 가진다. 출력은 약 +2 dBm이며, 이를 상용 EDFA(erbium-doped fiber amplifier)를 이용하여 +23 dBm으로 증폭시켜서 실험을 하였다. SFP+용 미디어컨버터를 이용하여 4K HDMI(high-definition multimedia interface) 영상을 레이저 신호로 변환하였다. 이 실험에서 SFP+로 안정적으로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신세기의 한계는 약 –17 dBm 정도이다. 전체적인 실험 설계는 Fig. 5와 같다.
1,550 nm 파장의 레이저는 상용 가시광 카메라로 감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광통신 터미널의 레이저 빔을 정밀하게 지상국을 향하게 하고 광통신 터미널의 레이저 신호를 지상국에서 정확하게 광섬유에 위치시키기 위해, 60 mW의 출력을 내는 가시광 660 nm 파장의 비콘을 이용했다. 광통신 터미널과 지상국이 서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각각의 비콘 레이저는 약 0.6도의 빔폭을 가지도록 설계했다. Fig. 6과 같이 가시광 카메라로 시야내 비콘의 위치를 확인하며, 광학 파워미터(optical power meter)로 측정한 1,550 nm 레이저의 수신세기가 최대가 되도록 정렬하였다.
수신세기 예측을 통해 자유공간 광통신의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본 실험에 앞서 광통신 터미널과 레이저의 빔폭을 정량적으로 측정하였다. 광통신 터미널로부터 3 km 떨어진 곳에 CCR(corner cube retroreflector)을 설치하여, CCR에 반사된 레이저의 세기를 어긋난 각도에 따라 기록하였으며, 그 결과를 가우시안(Gaussian) 맞춤하여 광통신 터미널의 송신 레이저 빔폭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는 Fig. 7과 같다. 방위각(좌우) 방향으로는 약 363 μrad이며, 고도(위아래) 방향으로는 약 185 μrad이다. 이 측정에 사용한 상용 가대의 지향오차는 ±100 μrad 정도이며, 가대의 좌표 값에 맞춰 맞춤을 수행한 결과이다. 향후 빔폭을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할 예정이다.
3. 실험결과
자유공간 광통신 실험은 3, 9, 20 km에서 수행했다. 광학 파워미터를 이용하여 각각의 거리에서 감지되는 레이저 신호의 값을 측정하여 정밀하게 정렬을 시도하였고, 최대의 수신 세기가 오는 상황에서 영상을 주고받는 실험을 수행했다. 3 km와 9 km 거리의 실험은 충북 청주 오송읍 근방에서 실험하였고, 20 km 실험은 보현산 천문대와 경북 영천시 시내에서 수행했다. 실험 장소에 대한 정보는 Fig. 8과 Table 3에 제시하였다.
Distance (km) | Date | Temperature (°C) | Humidity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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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Sep 5 2023, 11 h | 28.1 | 62 |
9 | Sep 11 2023, 17 h | 30.6 | 47 |
20 | Nov 2 2023, 16 h | 25.7 | 36 |
3, 9, 20 km 거리에서 30 mm 광통신 터미널로 송신하고, 250 mm 지상국 망원경으로 수신한 실험 결과는 Fig. 9와 같다. 3, 9, 20 km 거리에서 수신한 레이저 신호의 수신 세기는 각 각 +6.1 ± 0.5, –2.8 ± 1.3, –10.9 ± 1.6 dBm이다. 송신 레이저의 세기가 +23 dBm이라고 가정했을 때, 전송 손실은 각각 –16.9, –25.8, –33.9 dB이다.
SFP+의 수신 한계가 약 –17 dBm이므로, 광학 파워미터로 측정한 결과를 보면 20 km에서도 거의 끊김 없이 10 Gbps 속도의 통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 km 거리에서 실험할 때는,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콘솔에서 실시간으로 받아 4K HDMI로 변환하여 송출하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20 km에서 HDMI 실시간 영상 송출 실험을 수행한 결과, 10분 이상 끊김 없이 영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Fig. 10을 보면, 영천 시내에서 광통신 터미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한 드론 영상이 보현산천문대에 있는 지상국에서 성공적으로 수신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 토의
본 연구에서 진행한 자유공간 광통신 실험은 우주에서 이루어질 레이저 광통신을 구현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여기서 개발한 광통신 터미널과 지상국 시스템을 활용해 수행한 실험에서 계산된 자유공간 광통신의 링크 버짓(link budget)은 Table 4와 같으며, 이를 적용하여 실험 결과를 맞춤 한 결과는 Fig. 11과 같다. 링크 버짓은 다음 식 (1)을 이용해 계산했다.
여기서 PR과 PT는 수신부와 송신부의 광학 세기를, GT와 GR은 송신부 및 수신부의 안테나 이득(gain)을 ηT과 ηR은 송신부와 수신부의 광학계 손실을 말한다. LS과 Latm은 각각 거리에 의한 손실과 대기 산란 및 흡수에 의한 손실을 의미한다. Latm은 맑은 날 1,550 nm 파장의 손실 값을 적용하였다[16].
이 장비를 그대로 활용하여 우주와 통신한다고 가정하고 거리를 1,000 km로 증가시키면, 대기 산란에 의한 손실은 약 1 dB 정도 감소하겠지만, 거리에 의한 손실은 34 dB 정도 늘어난다. 즉 예상할 수 있는 수신 세기는 약 –43.4 dBm이다. 현재 통신할 수 있는 수신세기는 –17 dBm 정도이므로, 약 26 dB 정도의 손실을 극복할 방법이 필요하다.
큐브 위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주 광통신은 저궤도의 큐브 위성에 최적화된 대용량 자료 통신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큐브 위성은 가용 전력과 자세 제어의 정밀도의 한계를 가지고 있기에, 더 높은 출력과 더 좁은 빔폭을 활용한 광통신 터미널을 탑재하는 것이 어렵다. NASA의 TBIRD 사례를 봤을 때, 출력은 1 W(+30 dBm) 정도, 송신 레이저 빔 폭은 100–150 μrad 정도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위성 단에서 우주 광통신의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한정되어 있다. 여기서 진행한 실험과 비교해 봤을 때, 레이저 출력은 +7 dB 정도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며, 빔 폭에 의한 송신 안테나 이득(gain)은 +5 dB 정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총 +12 dB 정도의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광통신 지상국의 입장에서 극복해야 하는 손실은 약 14 dB 정도라고 예측할 수 있다. 1 m의 구경을 가진 망원경을 활용하면 +12 dB 정도의 이득을 볼 수 있으며, 수신부를 개선하여 약 3 dB 정도의 수신 손실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현 광통신 지상국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1 W의 레이저 출력과 100 μrad의 빔폭을 가진 위성과 통신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5. 결론
이번 실험에서 3, 9, 20 km 거리별로 자유공간 광통신 실험을 하고, 4K HDMI 영상이 끊김 없이 10분 이상 지속됨을 확인하였다. 또한 그 수신 세기를 측정함으로써, 자체 개발한 광통신 터미널과 지상국 시스템의 수신 효율을 정량화 할 수 있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1,000 km 이상의 거리에서 우주와 통신하기 위해 필요한 광통신 지상국의 필요 요건을 찾아낼 수 있었으며, 차후 수신용 망원경의 구경을 1 m로 증가시키고 레이저 수신부를 개선하여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여기서 개발한 광통신 터미널과 지상국 시스템은 4K HDMI 무손실 영상을 실시간으로 우주로부터 수신하는데 최적화된 기술로 구축된 것이기에, 앞으로의 활용 가능성 또한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